핀란드 항공사, 7시간 늑장출발로 신혼 7커플에 각 80만원씩 배상

핀란드 국영항공사 핀에어 A350 항공기/사진=연합뉴스

법원이 해외 항공사의 7시간이 넘는 '늦장 출발'로 신혼여행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된 신혼부부 7커플 총 14명에 항공사가 각각 80만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항공사 측이 "필요한 정비와 점검을 제때 실시했음에도 항공기 제작사의 설계상 결함에 따라 정비 사유가 발생했다"며 면책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3부(신헌석 부장판사)는 신혼부부 7커플이 핀란드 국영항공사 '핀에어' 본사 및 국내 영업소 상대로 "항공기의 출발이 장시간 지연으로 신혼여행에 임하는 원고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입게 해 개인당 각 980유로(한화 약 130만원)씩을 배상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핀에어 측이 개인당 600유로(한화 약 8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양측 모두 상고하지 않아 확정됐다.

재판부는 "항공편 지연시 승객에 대한 책임에 관해 몬트리올 협약은 일정한 면책 규정을 두고 있는 반면, 유럽연합 규정은 어떠한 면책도 허용하지 않아 항공사에 사실상 무과실 보상의 의무를 지우고 있다"며 "항공사의 책임을 살피려면 몬트리올 협약과 유럽연합 규정과의 관계가 먼저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몬트리올 협약 제19조는 '운송인은 본인, 그의 고용인 또는 대리인이 손해를 피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했거나 또는 그러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것을 증명한 경우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유럽연합 규정은 항공사에 항공편 지연으로 불편을 겪게 된 승객을 배려하고 그러한 목적에서 최소한 제공돼야 할 보상 등 지원사항을 마련하고 있어 몬트리올 협약에서 정한 지연 손해 책임,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그 규율 대상 및 성질을 달리한다"며 "유럽연합 소속의 모든 회원국들 역시 몬트리올 협약의 가입국을 겸하고 있으므로 성격이 다른 국제 법규의 중첩적인 적용이 불가피한데, 항공편 지연이 발생할 경우 몬트리올 협약이 항공사가 유럽연합 규정에 따라 승객에게 배려해야 하는 최소한의 지원까지 금지한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어 "몬트리올 협약은 유럽연합 규정과의 관계에서 항공편 지연에 따른 보상 조치를 우선적으로 배제하는 효력을 갖고 있지 아니하므로, 몬트리올 협약의 면책 조항을 이유로 유럽연합 규정의 보상 책임을 면제받는 것은 아니다"며 "몬트리올 협약의 면책 조항에도 불구하고 핀에어는 이 사건 계약의 내용이 된 유럽연합 규정에 따라 신혼부부들에게 항공편 지연에 따른 보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신혼부부 7커플은 2017년 10월 29일 오전 11시께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경유지인 핀란드 헬싱키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출발 전 좌측 날개 유압장치 결함으로 기존 출발 시각보다 7시간 45분이 지연된 오후 6시 50분께 뒤늦게 출발하게 됐다.

신혼부부들은 "유럽연합 규정에 의거해 항공편 취소 통보시 대체 가능한 운송 수단의 설명을 제공하거나 항공편 지연에 따른 보상 및 지원 문의를 통보해야 함에도 핀에어 측이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핀에어 측은 "우리는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했음에도 제작상 결함으로 인해 출발이 지연됐다"며 "몬트리올 협약 제19조에 따라 책임이 면제돼야 한다"고 반박해왔다.

1·2심 승소를 이끈 서상윤 변호사(고소파크 법률사무소)는 "항공사들이 각각의 규정을 통해 손해배상 책임을 교묘히 피해 가는 실정"이라며 "상기 몬트리올 협약이 아닌 유럽연합 규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해 재판부가 유럽연합 규정을 본 사건에 대한 준거법으로 받아들이게 했다"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