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기업에 노인 복지 떠넘기는 정부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7 17:24

수정 2019.05.28 09:33

[기자수첩] 기업에 노인 복지 떠넘기는 정부

승차공유 서비스에 성(性)을 결부시킬 건 아니지만 여성으로서 택시를 잡아 타는 것은 늘 부담스러웠다. 구박하거나 잔소리를 하는 기사님들을 많이 만났다. 힐끗하는 눈초리도 감내해야 했다. 되도록 이용하고 싶지 않았지만 부득이한 상황에는 어쩔 수 없이 타야 했다.

5년 전 등장한 카카오 택시는 혁신이었다. 만나서 목적지를 묻지 않아도 되니 실랑이가 많이 줄었다.
우버도 좋았다. '편리한 이동' 측면에선 더할 나위 없었다. 타다는 더 좋다. 서비스도 좋은데 공간도 넓다. '쾌적한 이동'이 가능하다.

이동의 형태만큼이나 승차 시 소비자의 요구도 다양하다. 하지만 카카오택시가 나오고 5년이 다 돼가는 동안 승차공유 서비스에 발전은 없다.

통상 정부와 국회는 다수의 목소리를 듣는다. 여론이 곧 표(票)이기 때문이다. 다수가 열어달라고 하는데 이처럼 지지부진한 경우도 없다.

심지어 여러 정황을 보면 정부는 사실상 택시업계 편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절대 승차공유를 허용하지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수장이 기업인에게 원색적 단어까지 동원하며 의지를 표현한 것만 봐도 그렇다.

왜일까. 비단 표 때문만이 아니어서다. 택시는 복지와도 연관돼 있다. 현재 서울 개인택시면허 소지자의 평균연령은 62세다. 노인 기준인 65세 이상은 30%를 넘는다. 70세 이상도 10% 이상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맞물려 노인일자리 구인층이 곧 청년일자리 수요를 앞서게 된다. 정부로서는 청년보다 노인일자리가 더 시급한 과제가 될 수도 있다. 택시업계는 은퇴층 일자리를 흡수해주고 있는 것이다.

복지를 복지라고 말하지 못하니 논쟁은 산으로 가고 있다. 이제 승차공유 논쟁은 승차공유 기업이 택시면허를 사주라는 식으로 흐르고 있다. 기업이 사회적 부담을 나눠질 수는 있어도 국가 복지를 대신해줄 이유는 없다. 택시면허가 과도한 것이 문제라면 정부가 바로잡아야 한다.

택시면허를 사주는 게 정답인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경우 우버 도입 이후에도 택시 이용률은 유지됐다.
승차 시장 자체가 커졌다는 뜻이다. 정부는 복지와 함께 혁신도 봐야 한다.
당장의 복지를 위해 혁신을 막는 것이 곧 미래세대의 복지를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psy@fnnews.com 박소연 산업2부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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