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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사는게 힘들다지만, 그래도 꿈을 꾸자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8 16:42

수정 2019.05.28 16:42

[여의나루]사는게 힘들다지만, 그래도 꿈을 꾸자

변호사건 의사건 모든 전문직의 꿈은 임대업자가 되는 것이라는 농담이 있다. 웃자고 한 말이지만 그 속에 진한 씁쓸함이 담겨 있다. 잠도 줄이고, 놀고 싶은 유혹을 참아가며 천신만고 노력 끝에 전문직의 꿈을 이루었는데, 건물주 앞에 무너지다니 허망하기 그지없다. '조물주 아래 건물주'라는 또 다른 농담처럼, 편하게 사는 것을 우선하는 세태가 씁쓸하다.

주위에 아는 원로 변호사님 중에 정말 건물주가 몇 분 계신다. 사법고시에 합격하는 순간 개천에서 나온 용이 되던 시절에 변호사를 하신 분들이시다.
요즘처럼 변호사가 많고, 사건 수가 줄어드는 시절에 변호사가 건물주가 되는 것은 거의 이루어지기 어려운 꿈을 꾸는 것이다. 매일 아침 자신이 소유하는 건물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하는 기분이란 어떤 것인지 궁금하였다. 꿈꾸는 것은 자유니까 임대업자가 되는 꿈을 꾸어 보았다.

부럽기만 하던 중에 놀랍게도 임대업자의 꿈을 이루었다. 갑자기 대박 나는 사건을 맡은 것이 아니다. 한 푼도 유산을 남기지 않으신 아버지께서 숨겨놓으신 재산이 발견된 것도 아니다. 그저 변호사회의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임대업자가 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창립 112년의 역사를 가진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광화문과 서초동에 3개의 건물을 가지고 있다. 그중 서초동으로 법조타운이 이전하기 전에 있던 광화문 변호사회관은 지금 주로 임대를 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이 되니 건물 임대차 계약을 할 때마다 임대인으로서 도장을 찍는다. 회장 임기가 2년인지라 소유주가 아닌 한시적 임대인 지위에 불과하지만 어찌 되었든지 임대업자의 꿈을 이루었다. 비록 일시적이지만 임대인 경험에 만족한다. 변호사를 하면서 건물 관리, 임차인과의 갈등으로 소송을 하는 것을 많이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임대업이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 건물을 소유하면 골치 아픈 일이 적지 않다.

또 하나의 꿈을 최근에 이루었다. 변호사들은 선천적 요소와 직업적 훈련으로 대부분 글을 잘 쓴다. 상대방 변호사가 제출한 서면을 읽으면서 논리적이면서도 유려한 글 솜씨에 감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필자 역시 학창 시절 문예부를 하고, 변호사를 하면서 언론에 각종 기고를 통하여 글 좀 쓴다는 칭찬을 몇 번 받아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글을 잘 쓴다고 해도 변호사가 신문과 잡지의 발행인이 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최근에 그 드문 기회가 필자에게 주어졌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매주 한 번씩 대한변협신문을 발간한다. 그리고 매달 한 번씩 '인권과 정의'라는 학술지를 출판한다. 협회를 대표하는 협회장은 두 신문과 잡지의 발행인으로 등록된다. 이 역시 2년 임기 동안만 그 지위가 유지되지만, 어찌 되었든 언론인의 꿈을 이루었다. 변호사회 일을 열심히 하니 주어진 행운이었다.

약간의 잘난 체를 섞어가면서 장황하게 필자가 이룬 꿈 이야기를 하였다. 요즘 꿈을 꾸지 않고 살아간다는 젊은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서다. "꿈을 꾸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런 말을 하면 꼰대가 된 증거라고 한다.
그래도 경험한 바를 알려주지 않는 비겁한 꼰대가 되고 싶지는 않아 용기 내어 말한다. 비록 원하던 바 그대로는 아닐지라도 위에서 소개한 필자의 경험처럼 다른 방식으로 꿈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100세 시대를 살다 보면 기회는 무수히 주어진다. 그러니 꿈을 꾸면서 도전하자.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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