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檢과거사위, 우여곡절의 18개월…적법성 논란에 檢과 갈등도

뉴스1

입력 2019.05.29 15:46

수정 2019.05.29 16:47

법무부 과거사위원회-대검 진상조사단 연석회의. 2018.2.6/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법무부 과거사위원회-대검 진상조사단 연석회의. 2018.2.6/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관련 대검 팩트체크 반박 기자회견 중 김용민 법무부 산하 과거사위원회 위원. 2019.4.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관련 대검 팩트체크 반박 기자회견 중 김용민 법무부 산하 과거사위원회 위원. 2019.4.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출범부터 편향 우려…위원장 사퇴에 단원 이탈도
긴급출금 절차 위반 지적…대검과 출금 진실공방

(서울=뉴스1) 이유지 기자 = 지난 2017년 12월 과거 인권침해 및 검찰권 남용 의혹을 받는 사건들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출범한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가 29일 소감을 발표하며 18개월 간의 활동을 사실상 마무리한다.

당초 지난해 2월 대검찰청 산하 진상조사단 발족 당시에는 6개월 뒤 활동을 마칠 계획이었으나 4차례 활동기간을 연장하며 이달 말까지 총 17개 사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해 왔다.

과거사위와 조사단은 형제복지원 사건,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등에 대한 검찰총장의 사과를 이끌어내고 제도 개선을 권고한 데 이어 남산 3억원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등에 대한 검찰 재수사를 견인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지만, 논란 또한 끊이지 않았다.

◇과거사위 편향 논란…위원장 사퇴·조사단원 이탈도

과거사위는 출범 초기부터 위원 9명 중 김 위원장을 포함해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용민·송상교·임선숙 변호사까지 과반인 총 5명이 진보 성향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으로 구성돼 중립성 우려가 제기됐다.

주요 조사 대상 사건을 수임했던 변호사들의 조사단 합류로 인해 이해충돌 지적이 일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해당 변호사들을 관련 사건 논의에서 배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조사단에 파견된 일부 검사에 대해서는 청와대에서 추천해 하달한 인사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조사단이 결과를 보고하면 과거사위가 권고 여부를 결정하고 최종 발표하는 과정에서 내부 진통을 겪는 일도 종종 발생했다. 조사단 관계자에 따르면, 조사단 결론과 결이 다른 과거사위 발표가 나거나,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권고를 하게 되는 상황에 맞닥뜨리는 등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고(故) 장자연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조사단 내부의 파열음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했다. 조사단 내에선 장자연 리스트가 실재하는지 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렸고, 특수강간 의혹과 관련해서도 수사개시 여부를 검찰에 검토해 달라는 요청을 하는 것에 대해 일부 반대 의견이 제시됐다. 이를 계기로 일부 단원들이 조사단의 공식 입장과 다른 보도자료를 내는 등 내부 이견조차 조율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사위가 조사를 시작한 지 13개월 만인 지난 20일 '장자연 사건'에 대한 '재수사 불가' 결론을 내리자, 조사에 참여했던 일부 외부단원들은 검찰의 조사방해를 주장하며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법무부에 사표를 제출했지만 5개월간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고, 이달 복귀해 회의에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 내부 갈등으로 사임한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추측에 "임기만료에 따른 것"이라 선을 그었던 김 위원장은 최근 백서 작업을 위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참사 사건을 조사하던 교수 1명과 변호사 1명 등 외부단원들도 김 위원장이 사임할 무렵 돌연 사퇴하면서, 당시 조사단원들의 기자회견과 맞물려 과거 해당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의 외압에 따른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단원 교체 등으로 조사가 지연됐던 용산참사 사건은 지난 3월 2개월 기간 연장이 결정되면서 본격 조사에 착수, 이날 과거사위 정례회의에서 최종보고를 마치고 30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학의 긴급출국금지 적법성 지적…법무부 뒤늦은 해명

이른바 '별장 성접대' 사건 관련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차관이 심야에 태국으로 출국심사를 마치고 항공기에 탑승하려하자 급히 피내사자로 전환하고 긴급출국금지 조치를 취한 것과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적법성보다 여론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조사단은 강제수사 권한이 없어 당시 긴급출국금지 조치는 인천국제공항 출입국관리 직원의 연락을 받은 조사단 소속 파견 검사가 원 소속청인 서울동부지검에 김 전 차관 관련 사건을 인지 내사사건으로 접수하면서 이뤄졌다.

일반적인 출국금지의 경우 참고인 대상으로도 법무부 장관의 사전 허가가 있으면 가능하지만, 긴급출국금지는 사형·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것으로 의심되거나 증거인멸·도주우려가 있는 피의자를 전제로 출입국관리 공무원에게 요청하도록 규정돼있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가 알려진 당시 그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가 개시된 상황이 아니었고 현장에서 내사사건 등록이 이뤄졌어도 신분 자체가 피의자가 아닌 피내사자였다는 점에 더해 이미 출국심사대를 통과한 상태였다는 데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인권침해 논란이 일자 법무부 관계자는 "입건이 안 돼있어도 살인 현장에 있으면 피의자로 체포할 수 있지 않느냐"고 현행범을 예로 들었다. 또 "피내사자도 실질적 개념의 피의자로 볼 수 있다"고 밝혔지만 출입국관리법 및 검찰사건사무규칙 등 현행법상 피내사자를 피의자에 준해 판단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출국금지가 이뤄진 후 이틀만에 과거사위는 신속히 김 전 차관을 뇌물 혐의 등으로 검찰에 재수사를 권고했고, 그제서야 법무부는 "조사단에서 수사로 전환할 정도의 조사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하자 피의자로 보고 긴급출국금지를 한 것"이라고 공식입장을 냈다.

또한 "형식적인 입건 여부를 불문하고 실질적 범죄혐의자라면 피의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입건 주체에 대해선 "조사단 파견 검사는 수사기관으로서 언제든 수사할 수 있는 권한·자격이 있다"라고, 심사대 통과 후 출국금지와 관련해선 "출국심사는 실제 대한민국을 벗어날 때까지 계속되는 것"이라 밝혔다.

◇"과거사위 사건은 조사단 검사가 해라"…검찰과 갈등도

이후 조사단은 긴급출국금지 조치에 앞서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을 해달라고 의견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대검이 이를 반박하면서 진실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조사단 측이 과거사위를 통해 대검에 보낸 출국금지 요청 공문에 대해 대검은 '사건 관련 무혐의 처분이 있었고, 진상조사 결과가 과거사위에도 보고되지 않은 상태'라는 내용이 포함된 메시지를 발송했다. 이에 대해 대검 측은 '단순 참고사항이었다'고 설명했고, 조사단은 '매우 강력한 반대'로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협의 후 적법절차 준수 등 감안해 의견 없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보낸 조사단 답장에 대해서도 대검은 이를 출국금지 요청 철회로 받아들였으나, 조사단은 철회가 아니라 대검 명의 공문을 보내는데 의견이 없다는 취지였다고 반박하며 재차 논란이 됐다.

과거사위와 조사단의 대상 사건 자체가 과거 검찰의 과오를 다루는 만큼 검찰과의 관계가 불편할 수 밖에 없다는 해석도 있지만, 재수사를 해야 하는 검찰 내부에서는 과거사위에서 수사를 권고하며 보내는 기록이 부실하다는 지적과 함께 '과거사위 사건은 조사단 검사가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불평도 나왔다.

조사단 측은 처음부터 강제수사권이 주어지지 않아 관련자들이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더 이상 규명할 방법이 없어 어려움이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조사단 소속 관계자와 검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애초에 조사 시도조차 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사위가 수사권고한 사건 중 남산 3억원 사건과 관련해 위증 혐의 10명 중 대부분과 김 전 차관 사건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에 대해서는 조사단 측에서 소환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사위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의 논란에 대해 "복합적인 이유와 여러 사정에 따른 경과가 있었는데, 한 마디로 얘기하기 어렵고 오해가 있을 수 있다"며 "그간 과정을 기록한 백서 발간도 작업 중인데 활동이 종료되면 정리해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