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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세금 무서워 기업 못하겠다는 말 안 들리나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9 17:31

수정 2019.05.29 17:31

경총·상의 상속세 개편 건의
유명무실 감면제도 손보길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8일 상속세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주에는 대한상의가 국회에 의견서를 냈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높은 상속세율에 불만이 크다. 감면조항이 있지만 너무 까다롭다. 고령에 이른 1세대 창업주들은 은퇴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애써 키운 회사를 자식에게 넘기려다 보니 상속세 폭탄이 무섭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차라리 회사를 접으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한국 상속세는 징벌적 수준이다. 명목세율 50%에 대주주 할증세율을 더하면 최고 65%에 이른다. 형식상 숨통은 터놨다. 연 매출이 3000억원을 밑돌고, 10년간 고용을 유지하면서 업종을 바꾸지 않으면 가업승계 시 세금을 깎아준다. 하지만 이 제도는 있으나마나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20세기 낡은 규칙으로 기업을 옭아맨 꼴이다. 깎아주는 세금도 최대 500억원에 그친다. 이성봉 교수(서울여대)에 따르면 독일은 2014~2017년 가업승계제도를 활용한 사례가 2만2842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197건에 그쳤다.

높은 상속세율은 탈세를 예상하고 만든 사전규제다. 실제 기업들은 과거 요리조리 편법을 썼다. 국세청 징수망도 허술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산화 덕에 탈세는 꿈도 꾸지 못한다. 상속세율을 현실에 맞게 낮출 필요가 있다. 그 대신 감히 탈세는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사후규제를 강화하면 된다.

감면조건도 손을 볼 때가 됐다. 세상은 시시각각 변하는데 10년 동안 근로자 수를 100% 유지하라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이래선 회사를 운영할 수 없다. 상속세 낼 돈이 없어서 회사를 팔거나 접으면 고용이 통째로 날아갈 판이다. 모름지기 일자리정부라면 당장 세금 몇 푼 더 걷기보다는 긴 눈으로 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도록 유도하는 게 옳다.

징벌적 상속세율은 부의 대물림을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다. 시민단체들은 부자감세를 이유로 상속세율 인하에 반대한다. 그러나 부자를 가난하게 만들어선 가난한 사람을 부자로 만들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모든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야 가난한 사람을 더 부자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경제에서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되려면 기업이 잘돼야 한다. 2세, 3세가 선대의 뒤를 이어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려면 상속세 굴레부터 벗기는 게 급선무다.


현재 국회엔 여야 의원들이 제출한 상속세 개정안이 여럿 있다. 세율을 낮추거나 감면조건을 누그러뜨리는 내용이다.
국회가 열리는 대로 여야가 1순위로 처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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