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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비정상 한·일 관계, 文·아베 대화로 풀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30 17:27

수정 2019.05.30 17:27

일본을 방문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중진 의원들이 29일 일본 중의원 외무위원장에게 면담을 거절당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악화된 한·일 관계를 풀려고 방일했으나 참의원에서도 달랑 와타나베 미키 외교방위위원장 한 명을 만났다. 찬바람만 쌩쌩 부는 한·일 관계를 말해주는 삽화다. 과거 양국 관계가 삐걱거릴 때마다 윤활유 구실을 했던 의원외교 채널마저 끊길 판이다.

윤상현 외교통일위원장 등 의원 5명이 받은 푸대접은 제쳐두더라도 일본 조야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와타나베 위원장이 "한국이 (강제징용 판결 관련) 중재위 구성 요구를 거부하면 다음 달 오사카 G20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 간 회담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고 한다.
일본 측 민간 전문가들도 "징용 문제를 ICJ(국제사법재판소)에 맡기는 것을 두려워 말라"며 '갈 데까지 가보자'는 일본 사회의 기류를 전했다. 그렇다면 "일본 기업이 우리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문재인정부의 원칙론이 먹혀들 여지가 없다는 얘기가 아닌가.

미·일과 북·중이 밀착하는데 한·일 관계만 꼬이고 있으니 문제는 더 심각하다. 며칠 전 방일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동해'를 '일본해'로 지칭했다. 한국 외교가 미·일 신밀월 기류 속에서 쓴맛을 본 사례다. 징용배상금도 받아내기 전에 일본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부터 피해를 입고 있다. 얼마 전 주일 한국기업연합회 대상 조사에서 절반 넘는(53.1%) 기업이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응답했다. 우리로선 꿩도 놓치고, 매도 잃는 격이다.

한·일 관계를 가로막는 핵심 현안이 위안부와 강제징용 배상 등 역사 갈등이다. 단선적 민족주의에 매달려 일본이 무릎을 꿇을 때까지 명분만 좇고 있을 순 없다.
일본과 역사·영토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도 최근 대일 관계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한·일이 피차 명분과 실리를 함께 잃지 않으려면 국익과 국민감정 간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오사카에서 만나 흉금을 터놓고 그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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