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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현대重 사태에 꿀 먹은 벙어리된 정부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30 17:27

수정 2019.05.30 17:27

대우조선 매각 승인해 놓고 반발 커지자 기업에 떠넘겨
대우조선해양 매각 작업이 장애물을 만났다. 대우조선 노조는 매각 자체에 반대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를 둘로 쪼개는 것에 반대한다. 울산시는 중간지주사 본사를 서울에 두는 것에 반대한다.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지역 여론에 편승했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근로자 고용 보장과 협력사 거래선 유지를 약속했지만 31일 임시주주총회가 제대로 열릴지는 불투명하다.


대우조선을 팔려는 시도는 정당하다. 정부는 KDB산업은행을 통해 대우조선에 십수조원을 지원했다. 그 덕에 대우조선은 거의 20년째 공기업처럼 지냈다. 누가 봐도 비정상이다. 빨리 팔아야 아까운 세금도 아끼고 산은도 부담을 덜 수 있다. 한국 조선업은 현대중공업·대우조선·삼성중공업이 이끄는 빅3 체제다. 호황일 땐 3사 체제도 통했다. 하지만 불황기엔 2사 체제가 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정성립 전 대우조선 사장, 이동걸 산은 회장의 의견이 일치한다.

여기서 세계 1위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을 매각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국내 조선업을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2사 체제로 정비하기 위해서다. 지난 3월 산은과 현대중공업은 본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원활한 매각을 위해 중간지주사로 한국조선해양을 두기로 했다. 기업 매각은 보통 돈을 받고 통째로 넘기면 끝이다. 하지만 지금 현대중공업은 자금이 넉넉지 않다. 또 현 시세로 넘기면 산은도 손해가 크다. 그래서 산은이 대우조선 지분을 출자하는 형식을 밟아 한국조선해양의 2대 주주가 되기로 했다. 그러려면 먼저 현대중공업을 둘로 쪼개 한국조선해양을 만들어야 한다. 31일 임시주총은 이를 위한 정지작업이다. 넓게 보면 이번 주총은 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출발점이다.

산은과 현대중공업 사측이 노조와 지역 여론을 미리 설득하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 민영화의 대의가 흔들려선 안 된다. 무엇보다 정부가 입을 열어야 한다. 정부는 두차례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18차 1월 31일, 19차 3월 8일)를 열어 대우조선 매각을 사실상 승인했다. 3월 회의를 주재한 홍남기 부총리, 회의에 참석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이동걸 산은 회장은 현 사태에 대해 입을 꼭 다물고 있다. 그 바가지를 기업(현대중공업) 혼자 뒤집어쓴 꼴이다.
참 무책임하다. 기업 구조조정은 욕을 먹는 작업이다.
정부는 책임감을 갖고 현 사태 해결에 더 적극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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