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에 거는 기대

김미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30 17:31

수정 2019.05.30 17:31

[기자수첩]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에 거는 기대

지난해 연간 수익률 1.01%. 은행 정기예금 금리(1.99%)보다 못한 퇴직연금의 '굴욕적'인 수익률이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016년 말 147억원에서 지난해 190조원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수익률은 1.88%에 그쳤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 연평균 수익률(3.97%)의 절반이다. 퇴직연금제도는 회사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급여를 금융회사에 맡겨 운용하는 제도다. 회사가 도산해도 금융회사로부터 안정적으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로 지난 2005년 12월 도입됐다.


문제는 퇴직연금의 고착화된 낮은 수익률이다. 저금리 기조 속에 원리금보장형 위주로 자산이 운용되는 것이 수익률 부진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실제 지난해 전체 퇴직연금에서 원리금보장형 상품이 차지한 비중은 90.3%에 달했다. 회사가 책임지고 운용한 후 정해진 퇴직금을 지급하는 확정급여(DB)형의 원리금보장형 비중은 93.6%에 이른다.

근로자 스스로 운용에 책임을 지는 확정기여(DC)형도 별반 다르지 않다. DC형은 회사가 매년 근로자 연봉의 12분의 1을 일정한 주기에 따라 근로자 퇴직연금 계좌에 넣어주면 근로자가 알아서 자금을 운용한다. 그러나 DC형 가입자의 91.4%는 상품가입 후 운용지시를 바꾼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를 책임질 중요한 자금 대부분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묶인 채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DC형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자동투자제도)을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DC형 퇴직연금 가입자의 운용지시가 없어도 금융회사가 사전에 결정된 운용방법으로 투자상품을 자동으로 선정해 운용하는 제도다.

디폴트옵션 도입과 함께 타깃데이트펀드(TDF)를 적격디폴트상품으로 허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시점과 생애주기에 따라 투자자산의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해준다.
미국은 2006년 연금보호법을 제정해 디폴트옵션을 허용하고, TDF를 디폴트옵션 상품의 하나로 제시해 연금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문제다.
퇴직연금 제도의 한계 개선과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위해 디폴트옵션의 법제화가 조속히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mjk@fnnews.com 김미정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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