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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희토류 90%가 중국산… 中, 수출 빗장땐 한국도 타격 [무역분쟁 '희토류'로 확전 조짐]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30 17:50

수정 2019.05.30 17:50

'4차산업혁명의 쌀' 희토류..스마트폰·전기차 등의 핵심 물질
한국, 중국서 절반 이상 수입..中, 화웨이 제재에 보복 나설땐
美뿐 아니라 국내산업에도 불똥
세계 희토류 90%가 중국산… 中, 수출 빗장땐 한국도 타격 [무역분쟁 '희토류'로 확전 조짐]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희토류를 둘러싼 전쟁으로 진화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희토류는 '4차 산업혁명의 쌀'로까지 불린다. 첨단기술산업에 필수적인 원자재다. 우리나라 첨단산업은 희토류 중국 의존도가 높아 만약 미·중 간 희토류 전쟁이 시작되면 피해가 불가피하다. 현재까진 중국 정부가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에 맞서 대미(對美) 희토류 보복 카드를 발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 수준이다. 하지만 향후 다른 국가에까지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은 미·중 무역갈등의 직간접 영향을 받고 있다.

30일 정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지난 28일 오후 자료를 내고 "누군가 중국산 희토류로 만든 제품으로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려 한다면 간저우(중국의 희토류 생산기지) 주민들과 모든 중국 인민이 결코 유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가하자 희토류 수출을 대미제재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이보다 앞선 지난 20일 미·중 무역협상 중국대표인 류허 부총리를 대동하고 간저우 소재 희토류 생산업체를 시찰한 자리에서 "희토류는 중국의 중요한 전략자원"이라고 했다. 역시 미국에 대한 경고로 해석됐다.

희토류는 전기·전자·촉매·광학·초전도체 등에 쓰이는 희귀금속으로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9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도 전체 희토류 수입량의 8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미국을 겨냥, 희토류 무기화를 시사한 것 아니냐는 의미다.

중국의 발언만 놓고 보면 당장 보복 대상국가는 미국에 한정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예측불허여서 불똥이 어디로, 어떻게 튈지 장담할 수 없다. 미·중 무역갈등이 희토류 영역까지 확대되면 대외 경제의존도가 높고 중간재를 통해 주요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영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뜻이다. 희토류는 전기·하이브리드 자동차, 풍력발전, 태양열발전 등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로 꼽힌다. 또 액정표시장치(LCD)·발광다이오드(LED)·스마트폰 등 IT산업, 카메라·컴퓨터 등 전자제품, 음극선관(CRT)·형광램프 등 형광체 및 광섬유나 원자로 제어제로도 쓰인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금지 조치를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직접적 피해가 발생한다. 이미 중국은 지난 2010년 일본과 동중국해 일부 섬에 대한 영유권 분쟁에서도 희토류를 무기로 꺼내 든 전력이 있다. 한국은 극히 소량을 제외하고 희토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그 비중은 중국이 가장 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희토류는 HS코드에서 280530과 284610, 284690으로 분류된다. 이를 합치면 수입량과 금액이 계산된다. 2018년 기준 한국은 324만6431㎏을 수입했는데, 이 가운데 185만2632㎏을 중국에서 들여왔다.
금액으로 따지면 6935만2000달러(약 825억원) 중 2926만6000달러(약 349억원)였다.

우리 정부는 현재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면서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희토류 수출금지가 공식화되지 않았고, 대상도 미국에 한정돼 있다"면서도 "그러나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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