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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현대重 분할안 통과, 독과점 우려 씻는 데 주력하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31 17:06

수정 2019.05.31 17:06

현대중공업이 5월 31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회사 분할안을 통과시켰다. 주주들은 현대중공업을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나누는 데 동의했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길이 트였다. 대우조선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지분을 전량 출자하는 방식으로 신설 한국조선해양의 2대 주주가 된다.

현대중공업 주총은 뒷맛이 씁쓸한 한 편의 블랙코미디다. 기업은 자본주의의 기둥이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다. 그런데 그 주주들이 주총장을 빼앗겼다. 어쩔 수 없이 주주들은 장소를 옮기는 소동 끝에 간신히 회사분할안을 의결했다. 그 과정에서 노조원 수천명, 경찰 수천명이 대치했다. 정부는 구경만 했고, 말하기 좋아하는 국회도 입을 다물었다. 정부와 정치권은 노조, 지역 눈치만 봤다. 겉으론 시장경제를 한다지만 한국에선 기업이 주총조차 제대로 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노조는 주총의 위법성을 주장한다. 주총장을 옮기는 바람에 우리사주조합 등 주주들의 자유로운 참여가 보장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적반하장이다. 이번 주총 소동을 제공한 장본인은 다름아닌 노조다. 노조는 원래 주총장을 힘으로 점거했다. 점거를 풀라는 법원 명령을 깔아뭉갠 것도 노조다. 노조는 뒤늦게 불법성을 주장할 자격이 없다.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는 꼭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지난 3월 산은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매각 본계약을 체결했다. 그 전에 정부는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관련 계획을 다 보고 받았다. 하지만 노조가 반발하고 지역 여론이 들끓자 정부 관료들은 입을 꼭 다물었다. 그 모든 책임을 현대중공업이 떠안았다. 참으로 무책임한 정부가 아닐 수 없다.

대우조선 매각 자체는 올바른 판단이다. 사기업이 20년 가까이 공기업처럼 지낸 게 비정상이다. 최근 조선업황이 조금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고 있어 시기도 적당하다. 이제 주총은 끝났다. 하지만 탄탄대로가 열린 것은 아니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1위, 대우조선은 2위 조선업체다. 1·2위를 합치면 필연적으로 독과점 문제가 따른다. 두 회사를 합치면 수주잔량 기준 시장점유율이 21%를 웃돈다.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해외 독과점 당국의 깐깐한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말짱 헛일이다. 현대중공업은 6월에 대우조선 실사를 거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독과점 우려를 씻는 데 주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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