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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제3인터넷은행, 혁신과 특혜 사이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02 17:22

수정 2019.06.02 17:22

[윤중로] 제3인터넷은행, 혁신과 특혜 사이

제3인터넷전문은행 선정이 좌절되면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정부와 여당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혹해하면서 어떻게든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그도 그럴것이 문재인정부가 '금과옥조'로 여기던 '금산분리' 규제를 혁신이란 명목으로 정보통신기업(ICT)에 한해 지분을 34%까지 확대해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인터넷전문은행법까지 만들어 어렵게 국회를 통과시켰는데도 좌절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3인터넷전문은행 재선정 작업은 처음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당정은 지난달 30일 긴급회의를 갖고 재인가 신청 및 대주주 적격성 심사 완화 등 대책을 논의했다. 핵심은 이번에 탈락한 기업들이 문제점을 보완해 3·4분기에 재신청하면 연말까지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예비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기업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대주주 적격성 요건 완화를 검토키로 했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상 ICT기업이 대주주가 되기 위해선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의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아선 안된다. 카카오뱅크과 케이뱅크의 대주주 전환을 추진하던 카카오와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당정은 공정거래법상 '5년'을 '3년'으로 줄이거나, 담합 위반 부분을 구체적으로 한정하는 등 규제 완화를 검토키로 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특혜라며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경제개혁연대는 "키움뱅크와 토스뱅크가 탈락한 이유와 관련 없이 대주주 자격심사 요건 중 공정거래법 처벌을 따로 거론한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다른 금융 관련 법령에도 모두 존재하는 것으로,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에게만 특별히 요구되는 사항이 아니다"라며 "제3인터넷전문은행 선정 무산을 이유로 관련 법 규정을 완화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제 정부는 '혁신'과 '특혜'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모두에게 좋은 소리를 듣기는 힘들 것 같다. 그렇다면 과감한 혁신을 주문하고 싶다.

특혜 시비와 혁신성이 부족한 인터넷전문은행만 양산해 과당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 글로벌 ICT기업들이 주도하는 테크핀(Techfin) 시대에 발맞추지 못하면 한국 금융의 미래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은 인터넷전문은행 10개가 영업하고 있으며 연간 순익이 698억엔(약 7600억원)에 이르고, 중국도 8개 인터넷전문은행이 성업 중인데 한국만 2곳에 불과하다.

'중국은 거지도 QR코드로 동냥을 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중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꿔놓은 웨이신(위챗)의 성공 뒤에는 중국 정부의 과감한 규제완화가 있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과거 기준으로 규제했다면 현재의 위챗은 없었을 것"이라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서둘러 규제를 도입해 위축시키기보다 포용력을 갖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와 시민단체도 리 총리의 말을 곱씹어봐야 하지 않을까.

hjkim@fnnews.com 김홍재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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