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정년 65세 연장, 시장 수용성부터 따져보길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03 17:28

수정 2019.06.03 17:28

청년고용 악영향 우려
최저임금이 반면교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년연장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지난 2일 한 TV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정년연장 문제를 인구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 산하 10개 작업반 중 한 곳에서 집중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다. 홍 부총리는 "논의가 마무리되면 빠르면 이달 안으로 정부 입장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정년연장 논의를 꺼낸 배경에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급감과 노인인구(65세 이상) 급증이라는 인구구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중위 추계 기준 생산가능인구는 내년부터 오는 2029년까지 연평균 32만5000명씩 줄어든다. 반면 노인인구는 지속적으로 늘어나 오는 2025년에는 '노인인구 1000만 시대'에 진입하게 된다.
이에 따른 노동력 부족과 노년부양비 증가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재앙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논의의 방향 자체가 틀렸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정년연장이 이런 문제를 일시에 해결해주는 만능열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정년연장 논의에 앞서 꼼꼼하게 짚어봐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어서다. 우선 정년을 늘리면 그렇지 않아도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는 청년취업이 더 나빠질 수 있다. 정년연장으로 고용비용이 증가하면 기업 입장에선 신규고용을 기피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청년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정년연장 문제는 이를 실행하는 기업의 지급능력과 임금체계 개편, 사회보험제도 변화 등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60세 정년'이 법제화된 지 불과 6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기업이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년연장에 자발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노동시장 유연화, 임금피크제 등 기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함께 논의돼야 하는 이유다.

선의로 도입한 정책이 현장에선 나쁜 결과를 낳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이 그런 경우다.
현실을 무시한 채 미리 설정한 목표에 따라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다. 이번 정년연장 논의도 산업별, 규모별로 각기 다를 수밖에 없는 기업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으로 밀어붙였다간 최저임금과 똑같은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정년 65세 연장은 무조건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