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제3인터넷은행이 실패한 이유

윤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03 17:35

수정 2019.06.03 17:35

[기자수첩] 제3인터넷은행이 실패한 이유

"외부평가위원들이 수능출제위원들처럼 외부와 접촉을 끊은 채 합숙심사를 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질 겁니다." 제3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를 위한 심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한 금융당국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문재인정부가 추진해온 대표적 혁신 모델이다. 이에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써 공정심사가 이뤄지도록 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외평위원들에 대해서도 금융·핀테크 관련 7명의 전문가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물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각종 잡음 예방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결과 발표 때마저 금융당국이 보여준 '보안의식'은 과하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금융당국은 키움뱅크, 토스뱅크 컨소시엄이 각각 혁신성과 자본조달력 부족 등의 이유로 외평위로부터 부적합 판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떤 혁신성과 안정성이 부족했는지 등의 세부항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주요 평가항목과 배점을 공개했던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앞서 금융당국은 총 6가지 부문을 평가하겠다고 했다. 항목마다 세부 평가항목 내용과 배점이 다르기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준비하거나 관심 있는 업체에는 주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심사결과 발표 때는 이 부분을 금융당국은 함구했다. 그 대신 3·4분기 중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재추진하겠다는 일정만 밝혔다. 심사 세부 결과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비인가를 신청한)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는 애매모호한 답변만 내놨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심사 과정에서 긴밀한 '스킨십'을 갖지 않았다는 점도 추후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외평위는 금감원장 자문기구인 만큼 구성 과정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의 '스킨십'이 거의 없었다는 후문이다. 금융위도 외평위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은행 인허가를 했을 경우 향후 발생할 문제점을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외평위의 판단에만 의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반기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재심사를 앞두고 더 많은 신청자가 나오도록 하기 위해 금융당국의 태도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금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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