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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일자리 없으면 ‘국민취업지원’도 소용없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05 17:16

수정 2019.06.05 18:24

정부·여당이 4일 국민취업지원제도를 내놨다. 원래 있던 청년구직활동지원금과 취업성공패키지를 확대, 개편했다. '국민'이란 단어에서 보듯 저소득 실업자를 폭넓게 지원한다. 18~64세를 대상으로 2020년에 35만명, 2021년에 50만명, 2022년 60만명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간 혜택을 준다. 폐업한 영세 자영업자, 새로 등장한 플랫폼 노동자, 경력단절여성 등이 주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는 최상의 복지다.
따라서 정부는 실업자의 취업을 돕는 데 세금을 쓸 수 있다. 올해도 중앙정부는 일자리 예산으로 170개 사업에 23조원을 책정했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과 취업성공패키지를 국민취업지원제도로 합친 것도 잘한 일이다. 고용부는 지난달 엇비슷하거나 겹치는 일자리사업을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정부만 170개 사업이라니, 당최 말이 안 된다.

이런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국민취업지원제도는 몇 가지 우려를 낳는다. 먼저 비용 대비 효율성이다. 정부는 이 제도를 시행하면 내년에만 5040억원이 들 걸로 예상한다. 앞으로 수혜자가 늘면 투입 예산은 금세 조(兆)단위로 불어날 게 뻔하다. 하지만 과연 이 정책 덕분에 일자리를 얻는 이가 몇 명이나 될지는 불투명하다. 곤두박질친 고용지표를 보면 그동안 쏟아부은 일자리 예산은 사실상 낭비에 가깝다. 국민취업지원제가 같은 길을 걸을까 걱정이다.

내년 봄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으로 흐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시행 시기를 내년 하반기, 완료 시점을 대선이 있는 2022년으로 잡은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로드맵대로 국민취업지원제를 시행하려면 먼저 올 정기국회에서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법안 처리에 호락호락 동의할지도 미지수다.

정부는 일자리 예산으로 생색을 내길 좋아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정부라면 세금을 쓰기보다 규제를 풀어 기업이 일자리 만드는 걸 뒷받침해야 한다. 일자리가 넘치면 굳이 국가가 나설 이유가 없다.
거꾸로 일자리 자체가 없으면 '국민취업' 백날 해봤자 소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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