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나경원 상대 이인영 취임 한 달…'부드러운 남자' 임계점 왔나

뉴시스

입력 2019.06.07 14:03

수정 2019.06.07 14:03

"시험장 들어가야 하는데 밖에서 배회하는 심정" 野 비판 자제하며 '로키' 행보로 협상 물꼬는 터 강성 이미지서 '말 잘 듣는 남자'로 변신했지만 장기간 답보 지속 점차 강경해지는 對野 메시지 6월국회 단독소집 카드 만지작…"시점 가까워져"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넥센중앙연구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견기업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인영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019.06.07.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넥센중앙연구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견기업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인영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019.06.07.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오는 8일로 20대 국회 마지막 여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지 한 달을 맞는다.

당초 예상을 깨고 큰 표차로 여당 원내사령탑 자리에 오른 그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촉발된 극한의 대치 정국을 풀 해결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스스로도 '협상'과 '경청'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이 원내대표는 하루라도 빨리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만나 국회를 정상화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그 결과 한국당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들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국회는 여전히 파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의 행보에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7일 현장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험장에 들어가야 하는데 시험장 밖에서 자꾸 배회하는 심정"이라며 "민생이 급하고 경기침체에 대한 선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추경을 처리하는 게 급한데 자꾸 (한국당의) 과도한 요구로 국회 정상화가 발목을 잡히는 게 몹시 속상하다"고 취임 한 달 소회를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선거제·검찰개혁법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한 한국당이 장외에서 대여(對與) 전면전에 들어간 상황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한국당을 국회로 끌어들여 정국 정상화를 이뤄낼 수 있느냐를 놓고 그의 정치력이 임기 시작과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였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해 장외투쟁 중인 한국당을 질책하거나 압박하기보다 '야당 존중'을 먼저 약속하며 국회 정상화에 함께 해줄 것을 '낮은 자세'로 요청하는 로키(low-key·절제된) 전략을 취했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 출신이자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대표 주자로 꼽혔던 그가 원내대표 취임 이후 '강성 운동권' 이미지를 벗고 '말 잘 듣는 남자'를 표방하는 등 변화된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당선소감에서도 "제가 고집이 세다는 평을 원내대표 하면서 완전히 깔끔하게 불식하겠다. 그리고 부드러운 남자가 되겠다. 까칠하다는 평가는 저도 따끔하더라"고 말했다.

원내대표 취임 인사 자리에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고 한 나 원내대표와의 지난달 12일 '짜장면 회동'과 20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간 '호프회동' 등은 이 원내대표가 로키 전략을 통해 거둔 나름의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이에 더해 민주당 지도부에서 국회 정상화와 막말 논란 등으로 한국당에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서도 이 원내대표가 한국당 비판을 자제함에 따라 "이인영이 달라졌다"는 평가도 들었다.

하지만 취임 한 달이 지나도록 국회 정상화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이 원내대표의 인내도 한계에 부딪힌 모습이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2일 3당 원내대표 간 비공개 회동을 가진 데 이어 현충일인 6일에도 국립현충원 추념식이 끝난 뒤 회동을 가졌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합의문에 담길 '유감' 표명의 수위와 패스트트랙의 '합의 처리'냐 '합의 처리 노력 또는 원칙으로 한다' 등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국당의 태도가 좀처럼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협상도 장기간 답보 상태를 이어감에 따라 이 원내대표의 메시지도 점차 강해지고 있다.

한국당에 5·18특별법 처리 협조를 촉구하며 "한국당은 김영삼의 후예냐 전두환의 후예냐"(5월28일 정책조정회의)라고 따져물은 발언이나 "국회 정상화를 외면하고 민생 챙기는 척 코스프레(흉내) 하다가 뜻대로 안되니 억지를 부린다. 너무 유아틱하다"(5월30일 정책조정회의)고 비판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 원내대표는 7일에도 "제 입장에선 저의 30일보다 황교안 대표의 100일이 훨씬 심각한 문제였다. 참혹했단 표현까지는 안 쓰겠지만, 정말 아니었다"고 혹평한 뒤 "본인은 민생을 챙기러 다녔다고 자평할지 모르겠지만 정작 시급한 민생은 국회에서 법과 예산, 정책으로 해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이 원내대표가 본래 자신의 모습인 원칙적이고 강경한 자세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이 원내대표는 자신의 협상 파트너인 나 원내대표에 대한 직접적 공격은 자제하며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가 야당을 향해 아무리 자세를 낮추고 설득하며 공을 들여도 한국당에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면 결국 접근 방식을 심각하게 재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 원내대표를 향한 당내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6조7000억원 규모의 정부 추가경정예산(추경)과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 관련 법 등 각종 민생·경제 법안에 먼지만 쌓여 가는 상황에서 6월 임시국회 소집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 원내대표는 6월 임시국회 단독소집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헝가리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몰사고로 전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국회를 단독으로 소집하는 것이 또다른 정쟁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해 왔다.

꽉 막힌 정국의 출구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청와대의 여야 5당 대표 회동 및 단독회담 제안까지 한국당이 걷어차 버리자 이 원내대표의 참을성도 임계점에 도달한 듯한 모양새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5일 확대간부회의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것(단독소집)은 진짜 최후의 카드인 것이고 최선의 카드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할 것"이라면서도 "(여당이) 좀 더 책임 있게 임해야 하는 시점이 가까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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