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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은행을 공공기관 취급하는 금융위의 착각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07 17:37

수정 2019.06.07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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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6일 금융회사들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를 평가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1단계로 14개 시중·지방은행의 고용실적을 평가하고 부문별 우수사례를 선정해 오는 8월 발표한다. 이어 내년에는 증권·보험 등 금융업권 전체로 평가를 확대할 계획이다.

은행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금융위가 은행의 고용실적에 대해 성적을 매겨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금융위는 감독권을 무기로 은행을 압박하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발상이다.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설혹 효과가 있다 해도 부작용이 훨씬 크다.

우선 발상이 구태다. 과거 정부가 금융기관 위에 군림했던 개발독재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라면 정부가 개입할 근거가 있다. 그러나 은행은 사기업이다. 은행이 신입 행원을 얼마를 뽑든 정부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대해 고용실적을 평가하겠다는 것과 같다. 은행 업무가 공공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이를 이유로 은행을 공공기관 다루듯 해서는 안된다.

권한남용 소지도 다분하다. 금융위의 업무는 금융기관의 건전성 확보를 통해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것에 국한해야 한다. 건전성을 감시하라고 부여한 감독권을 고용압박에 전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본업의 범위를 벗어난 의욕과잉이다.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결과를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

금융위는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다. 핀테크(금융 신기술)나 인터넷전문은행, 빅데이터 분야에 널려 있는 규제 사슬만 걷어내도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
일자리를 늘려보겠다는 의도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방법이 좋지 않다.
새로운 규제를 만들려 하지 말고, 있는 규제를 풀어 일자리를 늘려나가는 것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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