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경영상황 악화·규제 심화'...중소형 저축銀 매각 '표류'

최경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09 17:36

수정 2019.06.09 21:46

저축은행 매물 총 11곳 
일부 대형 저축은행 매각작업 무난...중소형 저축은행 매각은 지지부진 
실적 악화·각종 규제로 향후 매각 전망도 어두워 
[파이낸셜뉴스 최경식 기자]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저축은행 매물이 많이 나와있지만, 무심한 시장의 반응으로 인해 대부분의 매각 작업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이는 해당 저축은행들의 녹록지 않은 경영 상황과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금융당국의 까다로운 규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온 대·중소형 저축은행은 총 11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저축은행으로는 최근 매물로 나온 OSB와 애큐온 저축은행이 대표적이고, 중소형 저축은행으로는 삼보와 유니온저축은행 등이 있다.

자산규모가 2조원대인 업계 8, 9위 OSB와 애큐온저축은행은 무난하게 M&A(인수합병)가 진행 중이다. 애큐온저축은행은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베어링PEA에 매각될 예정이고, 우리은행이 관련 인수금융에 참여하며 추후 애큐온저축은행 M&A를 위한 사전포석을 마련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OSB저축은행을 갖고 있는 일본 금융그룹 오릭스코퍼레이션은 최근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고 공개입찰을 진행 중인데, 적지 않은 인수희망자들이 M&A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중소형 저축은행들의 매각 상황은 좀처럼 진전이 없다. 특히 삼보저축은행의 경우 수년째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7년 전부터 신규 여신이 전무하고 영업도 이뤄지지 못해 손실만 늘어나고 있다. 최근 삼보저축은행은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고 다시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상황이 과거와 다를바 없다는 후문이다. 대원과 솔브레인저축은행 등 다른 중소형 저축은행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이같은 상황은 우선 수익성과 경쟁력 등이 극히 저조한 중소형 저축은행들에게 인수자들이 인수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매물로 나온 대부분의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오랜기간 적절한 영업 활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실적 또한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전성 지표도 지속적인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에서 가하는 각종 규제는 향후 매각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든다. 재작년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영업구역 제한에 기반해 동일 대주주가 3개 이상의 저축은행을 소유, 지배할 수 없도록 했고, 사모펀드나 특수목적법인(SPC) 등이 저축은행을 인수하려 할 경우 까다로운 대주주 적격성 및 경영계획 심사 등을 받아야 한다.
같은 업권에 있는 저축은행이 인수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아울러 최근 2금융권에도 도입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와 지속적인 법정최고금리 인하 등의 정책으로 중소형 저축은행들의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존의 기로에 놓인 중소형 저축은행들에게 있어 M&A는 매우 중요한 생존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그들이 처한 경영 상황과 다양한 규제들은 이를 정면으로 가로막고 있다"며 "앞으로 경제 상황은 계속 안 좋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당국의 규제도 완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대로 가면 해당 저축은행들의 폐업 위기감이 고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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