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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O 규제 코앞인데… 해운사 대책마련 표류

국제해사기구 황산화물 배출규제
비용투자 필요없는 저유황유.. 가격은 비싸고 공급량은 적어
근본책 꼽힌 LNG추진선 교체.. 저리대출 등 정부 지원책 필수
국제해사기구(IMO) 황산화물 배출규제(IMO 2020) 시행이 반 년도 채 남지 않았지만 국내 해운사들은 아직까지 뾰족한 대응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MO 환경규제는 선박 연료유에 포함된 황산화물 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 이하로 강화하는 내용이다. 선사들은 강화된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기존 선박에 오염물질 저감장치(스크러버)를 설치하거나 황 함유율이 0.5% 이하인 저유황유를 써야 한다.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LNG추진선을 쓰는 방법도 있다.

9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지난해 10월 한국선주협회를 통해 국내 선사 61개 업체를 대상으로 시행한 황산화물 규제 대응현황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국내 해운업계의 약 70%가 초기 비용투자가 없는 저유황유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법인 저유황유 가격↑·공급↓

LNG추진선을 건조하려면 막대한 투자비용이 들어가는 탓이다. 때문에 오염물질 저감장치인 스크러버를 선택한 선사들도 적지 않다. 국내 최대 원양 선사 현대상선과 팬오션, 폴라리스쉬핑, 대한해운, 에이치라인해운 등은 스크러버를 선택했다. 하지만 최근 스크러버를 막는 국가들이 늘어 대안이 되기 어렵다.

실제 중국, 아일랜드 연안지역에서는 개방형 스크러버 사용이 불가하다. 싱가포르항,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항도 2020년 1월 1일부터 항만내 개방형 스크러버 사용을 금지시켰고 노르웨이 피오르에서는 개방형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형도 사용할 수 없다. 대기 대신 해양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로선 해운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저유황유가 유일한 셈이다. 문제는 저유황유의 가격과 국내 정유사의 한정된 공급량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 등은 앞으로 저유황유 가격이 고유황유 대비 최대 400달러까지 벌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아직 국내 정유업체들의 저유황유 생산량이 미미한 탓에 현재 가격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고유황유 중에서도 황함유율 4.0% 고유황유와 3.5% 고유황유의 가격 차이가 6월 첫째주 기준 2.2달러 가량 나는 것을 감안하면 0.5%이하의 고유황유 가격은 기존 연료대비 상당히 비쌀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에서 저유황유를 직접 생산하는 정유사는 SK이노베이션 정도다. 이 정유사도 간헐적으로 생산해오던 저유황유를 8월부터 하루 2만배럴 가량 생산할 계획이다. 이후 내년 2월 이후 앞서 1조원을 투입해 건설한 울산 CLX내 친환경 연료유 생산설비 VRDS가 가동되면 하루 4만배럴이 추가된다.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LNG추진선, 정부 추가지원 필요"

업계에선 근본 해결책은 LNG추진선으로 기존 선박을 교체하는 것 뿐이라고 본다. 하지만 국내에선 현대상선 정도가 건조 중인 초대형 컨테이너선박 20척을 LNG레디(기존 연료유를 사용하면서 언제든 LNG를 쓸 수 있도록 개조)를 적용한 수준이다. 반면 글로벌 4위 선사인 CMA-CGM은 LNG추진선 15척을 도입했다.


때문에 저리대출이나 회계기준 예외적용 등 정부의 추가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CVC계약(해운사와 화주간 선박을 사용하거나 운항비·인건비·연료비 등을 부담하는 용역계약)에 대해선 리스가 아닌 운송계약으로 인식하도록 해줬다. 하지만 정작 선박 매입비용 부채에 대해선 예외를 허락하지 않았다"며 "새 선박을 건조하려면 감당할 수 없는 부채가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