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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시늉만 낸 가업상속세제 개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1 17:03

수정 2019.06.11 17:03

정부의 가업상속세제 개편안이 확정됐다. 정부와 여당은 11일 당정협의를 열어 현행 10년인 사후관리 기간을 7년으로 단축하고, 업종변경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편안을 내놨다. 그러나 가업상속 공제대상(매출액 3000억원 미만 기업)과 공제금액(최대 500억원)은 현행 기준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날 나온 개편안은 정부가 추진 중인 세법개정안 상속증여세법에 반영돼 오는 9월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번 개편안이 재계의 의견을 일부 수용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대다수 중소·중견기업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날 중소기업중앙회는 "업계의 숙원이던 사후관리 기간과 업종유지 의무를 완화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가업상속 공제대상과 금액 확대 등이 빠진 것은 아쉽다"고 밝혔다. 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이 요구한 내용에 비해 크게 미흡해 가업승계를 추진하려는 기업들이 규제완화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핵심쟁점은 공제대상 기업의 매출액 한도를 현행대로 '3000억원 미만'에 묶어둔 점이다. 이렇게 하면 대개의 중소기업은 이번 개편안에 따른 공제혜택을 받게 되지만 수백개에 이르는 중견기업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머물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활용 사례가 적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업상속공제 제도 활성화에도 역행하는 조치다. 공제금액 역시 '최대 500억원'이라는 현 규정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기업의 기를 살려 경제활성화에 나서겠다는 처음의 취지가 퇴색했다.

100년, 200년 장수하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선 상속세율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사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 체계는 징벌적 수준이다. 상속세 최고세율이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6.6%의 2배에 달한다. 여기에 대주주 할증세율까지 더하면 최고 65%에 이른다.
이런 상태라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명품 장수기업의 탄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개편안은 국회 논의를 거쳐 올 하반기 입법을 추진하게 된다.
법안 심의 과정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들이 수정·보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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