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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 1주년]싱가포르 전으로 돌아간 북미? 입장차 확인 최대 성과

뉴스1

입력 2019.06.12 06:10

수정 2019.06.12 06:10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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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토사 4개항 이행 진전없어…하노이 2차 회담은 결렬
지난 1년간 협상으로 양측,상대의 협상 방식과 의도 파악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북미 비핵화 협상의 시계가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전으로 되돌아 갔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지만, 북미 양측이 서로 원하는 바를 파악했기 때문에 성과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미는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정상회담을 열고 북미는 Δ관계 정상화 Δ한반도 항구적 평화 정착 Δ한반도 비핵화 Δ유해송환에 합의하면서 70여 년에 걸친 북미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한미는 8월 실시 예정이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유예했고, 북한은 미군 유해 55구를 미국에 송환하며 협상 진전의 분위기가 무르익었지만 비핵화 방안에 대해선 양측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북한은 9.19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미국의 상응조치를 전제로 북핵 개발의 심장인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카드를 꺼냈고, 미국은 지난해 말부터 초기 단계 제재에 대해 융통성 있는 입장을 북한에 제의한 것으로 알려져 협상 진전의 기대가 다시 높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월 말 260여일만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다시 마주 앉았다. 1차 회담 뒤 이어졌던 수개월간의 협상 교착 상태는 2차 회담을 통해 말끔히 해소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북미는 합의안 도출에 도달하지 못했다.


미측은 Δ비핵화 정의에 대한 합의 Δ모든 대량살상무기(WMD) 및 미사일 프로그램 동결 Δ로드맵 도출에 우선순위를 뒀지만 북측은 현 단계에서 이행 가능한 비핵화 조치 제시 및 이에 대한 상응조치 관련 합의 도출에 집중했다.

비핵화 부문에선 미국은 영변 핵시설 폐기 외 추가 비핵화 조치를 요구했지만, 북측은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라는 입장만 견지했다. 상응조치에선 미국은 북측이 영변 핵시설 폐기로 ‘사실상 모든 제재해제’를 요구했다고 인식한 반면, 북한은 ‘부분 제재해제’를 요청했다고 맞섰다.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 협상은 더욱 깊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미국은 해상에서의 불법 환적 감시를 강화하며 제재 이행 고삐를 바짝 죄었고, 북한은 '셈법'을 바꿀 것을 촉구하면서 지난달엔 2차례 단거리를 미사일을 발사하며 미국을 압박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4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우리의 공명정대한 입장에 어떻게 화답하느냐에 따라 6.12 조미(북미) 공동성명이 살아남는가 아니면 빈 종잇장으로 남아있는가 하는 문제가 결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미가 센토사 합의 이행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또 협상 재개의 돌파구도 찾지 못하다보니 양측간 비핵화 협상의 시계가 싱가포르 이전으로 되돌아갔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하지만 협상 경험을 얻었다는 점은 분명한 성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1년간 협상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과거로 그대로 돌아갔다고 단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며 "북한과 대화하는 방식과 북한의 의도에 대해 보다 깊이있게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은 성과"라고 강조했다.

협상을 통해 북한과의 입장차가 확인이 됐고,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근본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싱가포르 회담 때까지만 하더라도 입장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원론적인 차원에서만 합의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북미 간 본격적인 대화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올 4분기 관측에 힘이 실린다. 미국은 상황 관리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김정은 위원장은 협상 시한을 올 연말까지로 제시했기 때문에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연말쯤 북한이 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란 분석이다.


신범철 교수는 "연말까지 북한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낮다, 지금은 서로 다급하지 않다"며 "연말쯤 위기를 앞두고 북미가 서로 얼마만큼 양보할 수 있는지, 진짜 카드가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역사적으로 보면 (북한과 관련해) 어떠한 성공적인 협상이나 결과도 결코 순탄한 적이 없었다.
항상 기복이 있었다"며 "우리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그 정권이 북한 주민을 위한 더욱 밝은 길을 볼 것이라 여전히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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