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文정부, 중용의 지혜 발휘해야


문재인정부 2년이 지났다. 집권 3년을 맞이하는 즈음의 역대 대통령과 비교할 때 지지율은 낮지 않다. 그 이면에는 촛불혁명을 통해 세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애정과 기대가 있을 것이다. 문정부가 잘한 부분도 있다. 정권의 도덕성과 청렴성이 높아졌다. 그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었던 남북 간 긴장도 완화됐다. 강원도 산불진화에서 보듯이 재난대응도 진일보했다.

그러나 정부는 또한 알아야 한다. 지난 2년간 잃어버린 것이 다수 있음을. 그리고 그것이 정책의 잘못에도 기인함을. 성장률이 10년 만에, 경상수지가 7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수많은 자영업자가 폐업했으며 청춘들은 여전히 취업장벽 앞에서 신음하고 있음을 뼈아프게 생각해야 한다.

민생안정에 성공하지 못하면 어떤 개혁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역사의 수많은 변법(變法)과 개혁이 입증하는 바다. 민생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책의 실용성을 높여야 한다. 이는 이념이 아니라 성과를 잣대로 정책을 선택하는 중용의 지혜를 발휘할 때 가능해진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은 그 시금석이 될 것이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은 29%나 인상됐다. 노동시장 양극화를 개선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취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근로자가 대부분 취업하고 있는 영세자영업에게 미칠 영향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정부가 일자리안정자금이라는 명분으로 민간기업 임금까지 보조했는데도 자영업의 폐업, 고용감축을 초래했다. 결국 저임금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근로시간 단축으로 오히려 임금이 줄어드는 경우가 발생했다. 우리나라 임금체계의 특성도 간과했다.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수당이나 상여금이 많은 경우 연봉 4000만원 이상인 사람도 최저임금에 미달해 큰 폭의 임금인상이 불가피해졌다. 그리하여 정부의 정책 취지와는 달리 고용안정과 임금불평등이 심화됐다. 최저임금에서 중용의 지혜는 인상률을 영세자영업의 지급능력 범위 안에서 정하고, 그래도 생계지원이 필요한 저임금 근로자에게는 근로장려금을 확대하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도 아쉬움이 남는다. 근로시간은 당연히 짧아져야 하지만 동시에 근로시간 운용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휴일근로를 근로시간 한도에 포함시켜 주간 최장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한 것은 불가피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탄력근로시간제, 재량근로제, 자율출퇴근제 등 유연근로가 확대될 수 있는 법과 제도적 뒷받침을 했어야 했다. 그렇게 해야 성수기와 비수기가 뚜렷한 산업, 자유로운 출퇴근과 때로는 집중적인 작업이 필요한 연구개발 중심의 4차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원전정책도 중용의 지혜를 찾아야 한다. 원전은 재난위험 요소를 안고 있지만 전기요금 안정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경쟁력 있는 수출산업이자 일자리 창출의 원천이다.
세계는 앞으로도 더 많은 원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출산업으로서 효용성은 지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가 국제경쟁력 있는 산업을 스스로 고사시키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국민은 촛불정부가 과거의 적폐를 청산하고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것 못지않게 경제와 일자리 정책에서 성과를 거두는 유능한 정부가 되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남아 있는 3년 동안 중용의 지혜를 발휘해 정책의 실용성과 성과를 높이기를 기대한다.

이원덕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