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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이 끌어내린 유가.. 중동이 다시 불붙였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3 21:39

수정 2019.06.13 21:39

무역전쟁發 경기침체로 추락하던 WTI·브렌트유
오만해역 유조선 피격으로 반전…전망도'안갯속'
이란과 아라비아 반도를 가르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해에서 13일(현지시간) 피격당한 유조선이 불타고 있다. 이날 오전 마셜제도와 파나마 선적의 유조선 2척은 각각 어뢰와 포탄 공격을 받아 불길에 휩싸였으며 인명피해는 없었다. 공격의 배후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란측은 즉각 자국이 이번 사건과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AP뉴시스
이란과 아라비아 반도를 가르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해에서 13일(현지시간) 피격당한 유조선이 불타고 있다. 이날 오전 마셜제도와 파나마 선적의 유조선 2척은 각각 어뢰와 포탄 공격을 받아 불길에 휩싸였으며 인명피해는 없었다. 공격의 배후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란측은 즉각 자국이 이번 사건과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AP뉴시스

국제유가가 연이은 악재에 출렁이면서 갈수록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단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침체로 유가 역시 하락세를 이어간다고 보고 있지만 점차 커져가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이 유가폭등을 초래하면서 장기적인 추세를 속단하긴 힘들 전망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영국 런던거래소의 유가 시세는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쳤다. 장 초반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8월 인도분이 전일 대비 배럴당 2.32달러(3.7%) 급락한 59.97달러로 내려앉았다. 미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 폭락했다. 7월물이 배럴당 2.13달러 폭락한 51.14달러로 주저앉았다. 브렌트는 4월 최고치 대비 20%, WTI는 23% 하락했다. 석유시장은 이미 지난주 최고치 대비 20% 이상 하락하는 것으로 정의되는 약세장에 진입한 상태다.

이날 유가 폭락 방아쇠를 당긴 것은 미 주간석유재고였다. 전주 대비 48만1000배럴 줄었을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220만배럴 증가를 발표했다. EIA는 지난주에도 주간 석유재고가 2017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발표해 WTI를 연중 최저치로 끌어내린 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고증가가 유가 하락 방아쇠가 되기는 했지만 시장을 압박하는 주된 동력은 세계 석유수요 둔화 전망에 있다. OPEC과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OPEC+)이 감산을 통해 유가상승을 꾀할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도 미·중 무역전쟁이 세계 경기둔화를 부르고 이에 따라 석유수요가 둔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석유시장을 짓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OPEC+가 이달 25일 각료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이 주도해 이번 회의에서 하루 120만배럴 감산을 연말까지로 6개월 연장할 가능성이 높지만 유가하락은 막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유가는 이날 극적인 반전을 보였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한국 시간으로 13일 오후 5시52분 기준으로 뉴욕에서 거래된 7월물 WTI 가격은 전장 대비 배럴당 1.29달러(2.52%) 높은 52.43달러를 기록했다. 유가는 한때 1.96달러(3.83%) 치솟으며 53.10달러까지 올랐다. 같은 시간 영국 시장에서 거래된 8월 브렌트유 가격은 전장 대비 배럴당 1.75달러(2.92%) 오른 61.72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62.64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급등의 배후는 중동의 갈등이었다. 이날 이란과 아라비아 반도를 가르는 호르무즈 해협 근방에서는 유조선 2척이 각각 어뢰와 포탄 공격을 받았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아직까지 누가 공격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세계 최대의 석유 물동량을 자랑하는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지난달 12일에도 사우디와 UAE 등의 유조선 4척이 폭탄 공격을 받았다.
핵문제와 지역 패권 등으로 이란과 적대하고 있는 사우디와 미국은 이란이 사건을 뒤에서 조종했다고 비난했으나 이란은 이를 부인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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