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100만 민심에 정부 '백기'…홍콩 위상 악화 불가피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6 14:52

수정 2019.06.16 14:52

Hong Kong Chief Executive Carrie Lam looks down during a news conference in Hong Kong, China, June 15, 2019. REUTERS/Athit Perawongmetha TPX IMAGES OF THE DAY
Hong Kong Chief Executive Carrie Lam looks down during a news conference in Hong Kong, China, June 15, 2019. REUTERS/Athit Perawongmetha TPX IMAGES OF THE DAY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1주일간 홍콩을 혼돈이 도가니로 만든 범죄인 인도법(일명 송환법) 추진이 무기한 연기됐다. 홍콩 시위대의 승리로 송환법이 저지됐지만 중국 정부와 홍콩의 미래는 더 큰 과제와 마주하게 됐다. 중국 정부 및 관영언론들이 100만명에 달하는 홍콩시민들의 거리시위를 '폭력을 동원한 폭도' 수준으로 매도하면서 중국 정부와 홍콩의 일반 시민들간 제도에 대한 시각차가 더욱 벌어지게 됐다. 민주적 법 테두리내에서 금융허브 위상을 누리던 홍콩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리적 잇점을 잃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시민의 승리…中정부 위기감
친중파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15일 오후 3시(현지시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이틀간 내부 검토 결과 법안 추진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마감시한 없이 사회 각 분야와 소통을 재개하고, 다양한 견해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개정안 추진을 사실상 무기 중단한 것이다.
그는 "경험에 비춰볼 때 올해 안에 법안 추진을 재도입할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겉으로 무기한 연기로 이번 사태가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이 떠안게 된 부담이 엄청나다.

우선, 중국 본토에서 감시와 통제 및 물리적 수단을 동원해 시위를 제압하는 방식이 홍콩에서 실패했다는 점이다. 홍콩 시민들의 승리로 규정되는 이번 홍콩사태가 향후 중국의 공산당 중심의 제도 안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2003년 국가보안법 추진이 50만 명 시위로 무산되고, 2012년 도덕·국민교육 강화가 12만 명 시위로 무산된 전례가 있다. 시진핑 체제 이후 강도높은 여론 통제가 고조되고 있지만 이번 송환법 역시 홍콩 시민들의 의지에 정부가 백기를 든 꼴이 됐다. 시위 과정에 불거진 감정의 골도 수습과정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시위대에 나선 홍콩 일반 시민들을 폭력을 쓰는 폭도로 몰아세운 데다 경찰이 최루탄, 고쿠탄, 물대포 등을 동원한 강경진압으로 일관해 홍콩내 민심이 흉흉해졌다. 무기한 연기 결정으로 사실상 시민들의 뜻이 관철됐지만 진압행위를 정당화하는 정부의 입장과 홍콩 일반시민들의 인식과 괴리감이 커지고 있다.

Hong Kong Chief Executive Carrie Lam looks down during a news conference in Hong Kong, China, June 15, 2019. REUTERS/Athit Perawongmetha TPX IMAGES OF THE DAY
Hong Kong Chief Executive Carrie Lam looks down during a news conference in Hong Kong, China, June 15, 2019. REUTERS/Athit Perawongmetha TPX IMAGES OF THE DAY

■경제허브 위상 '흔들' 우려
홍콩 사태가 앞으로도 사회 불안의 뇌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캐리 람 행정장관이 "개정안을 완전히 철회하지는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밝힌 점도 홍콩 사태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점을 뜻한다. 이는 일국양제 원칙이 앞으로도 계속 논란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홍콩은 1997년 중국에 반환됐지만 중국과 영국의 합의에 따라 2047년까지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정치, 입법, 사법체제의 독립성을 보장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홍콩인들 사이에서는 이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송환법 반대 시위로 표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홍콩 정부가 추진중인 중국 송환법이 제정되면 홍콩이 아시아 금융허브의 위치를 잃게 될 것이라고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 보도했다.

주요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 사업을 하더라도 홍콩에 아시아 지역 본부를 둔다. 이는 홍콩이 '법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송환법이 제정되면 범인이 중국으로 인도돼 중국의 법에 따라 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서구식 법률 시스템이 작동하는 홍콩이 아닌 인치가 행해지는 중국 본토식으로 경영 활동 환경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일국 양제'의 균열이 심화될 수록 다국적 기업들의 탈홍콩 행렬이 발생해 아시아 금융중심지인 홍콩의 위상도 흔들릴 것이란 설명이다.
이미 이번 송환법 논란 와중에 홍콩에 근거지를 둔 재벌 일부가 자금을 싱가포르로 이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향후 홍콩의 위상이 흔들릴 경우 싱가포르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말도 나온다.


홍콩의 개인 투자자이자 기업 지배 구조 전문가인 데이비드 웹은 "중국과 홍콩간의 합법적인 방화벽이 파괴되면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며 "중국 송환법은 재능 있는 전문가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구축하기 위해 홍콩으로 이주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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