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0년 전 소풍 갔다 사라진 딸...누군가는 기억해 줬으면"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7 11:16

수정 2019.06.17 11:16

윤지현씨(28·실종 당시 8세)는 오른쪽 눈밑에 점이 있고, 얼굴이 약간 검은 편이 특징이다./사진=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윤지현씨(28·실종 당시 8세)는 오른쪽 눈밑에 점이 있고, 얼굴이 약간 검은 편이 특징이다./사진=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누구한테 원한을 산 일도 없고, 평범하게 살아왔는데...아이의 소재라도 알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20년 전 딸을 잃은 윤봉원씨(57)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그는 "지금까지 아이를 찾지 못한 나도 부모노릇을 못한 것"이라며 스스로를 책망했다.

17일 경찰청과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윤지현씨(28·실종 당시 8세)는 1999년 4월 14일 경기 오산시 서동 자택 주변에서 실종됐다.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아이는 교사와 친구들과 함께 소풍을 다녀온 뒤 돌아오지 않았다. 윤씨는 오후 1~2시께 교사가 자가용으로 아이들을 태워 집앞까지 내려줬는데, 마지막에 내릴 차례였던 딸 아이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백주대낮에 아파트 단지 주변에서 아이가 '증발'해 버린 것이다.

윤씨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엇갈렸다. (자가용에서) 내렸다고 하는 친구들도 있고, 각자 내리느라 (다른 아이와)헷갈렸다는 말도 나왔다"며 "선생님도 경황이 없어서 내렸는지, 아닌건지 우왕좌왕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러면서 "목격자도 없고, 20여년 전이라 단지에 폐쇄회로(CC)TV도 없어 단서 확보가 더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딸과 황망히 이별한 윤씨는 딸이 소풍을 갔다는 저수지에 찾아가고, 언론에 실종 사실을 알리는 등 딸아이를 찾기 위해 전국을 뒤졌다. 제보가 오기도 했지만 모조리 허사였다.

딸이 떠나면서 가정도 무너졌다. 윤씨는 아내와는 이별하고, 지금은 성인이 된 남동생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는 "세월이 흐르면 직장도 다녀야 하고 생계가 있기 때문에, 부모를 찾는 데 한계가 올 것"이라며 "장기실종이라 경찰 쪽에서 연락도 많이 없는데, 내 자식 찾는다는 심정으로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씨는 누군가 기억을 해 주는 일이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그는 "방송이나 신문에 나오면 (독자들도) 한번 보고 지나가게 되는 걸 잘 알고있다"며 "그래도 사진이 주기적으로 나오면, 누군가는 기억을 해 주지 않을까"라며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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