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숫자 집착했던 2010년대 한국경제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7 17:12

수정 2019.06.17 17:12

[기자수첩] 숫자 집착했던 2010년대 한국경제

2010년대 한국 경제는 성장률 하락에 직면했다. 떨어지는 성장률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명확했다. 성장률 숫자를 다시 높이는 것이다. 먼저 이명박정부다. '747 정책(7% 성장, 소득 4만달러, 세계 7위 경제대국')'을 내걸었다. 실상 고환율(원화약세)를 통해 수출을 늘리고 4대강 사업과 같은 토목사업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박근혜정부는 '빚내서 집사라'로 대표되는 이른바 '초이노믹스'다. 역시 시중 유동자금을 늘리는 방법으로 부동산 경기를 부양해 성장률을 높이는 정책이다.

현재의 문재인정부는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3가지를 내걸었다. 이 가운데 핵심은 '소득주도성장'이다. 복지나 임금인상 유도 등으로 가계의 소비여력을 확충해주면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률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결국 2010년대 우리 경제를 책임진 정부 모두는 성장률 숫자를 다시 높이는 방법을 내놨고, 현실경제에 적용했다. 그 결과 한국 경제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커졌고,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했다.

그러나 성장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경제의 지속가능성은 약화됐다. 10년 동안 반도체에 치우친 제조업 구조를 개편할 신산업을 발굴하지 못하면서 한국 경제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상황에 휘둘리는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지게 됐다. 10년 동안 경쟁력이 약화된 구산업 대신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이나 공유경제와 인공지능(AI) 등과 같은 4차 산업혁명 관련부문을 키우지 못했다.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업을 구조조정하고, 새로운 성장동력 역할을 할 수 있는 산업이나 기업을 발굴해야 한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에서 녹색성장이나 창조경제 등과 같은 이름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정책을 낸 바는 있다. 하지만 구호만 있었지 내용은 부실했다.
문재인정부도 올해가 돼서야 혁신성장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구체적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광복 이후 한국 경제가 쉼 없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경공업에서 시작해 중화학공업으로 다시 정보기술(IT) 산업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방식으로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이제 지난 10년 동안 숫자에 신경 쓴다고 미뤄왔던 지속가능성 강화정책을 더 늦기 전에 시작할 시점이 됐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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