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포노사피엔스 시대 신세대의 놀라운 성공


이런 날이 왔다. 대한민국 20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결승에 올랐다. 36년 전 밤잠 설쳐가며 박종환사단의 4강 신화에 열광하던 사람으로서 정말 기적 같은 일이 현실이 된 것이다. 지도방식도 놀랍다. 군사훈련을 방불케하던 훈련장이 아니라 노랫소리가 퍼지는 공간에서 웃음소리 가득한 채로 만들어낸 성과다. 알아서 훈련하고 즐겁게 경쟁하라고 했더니 더욱 똘똘 뭉쳐 큰일을 결국 해냈다. 18세 축구신동은 형들과 호흡을 맞춰 신묘한 기술을 선보이며 심지어 골든컵까지 거머쥐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현실이다.

이뿐인가. 영국의 수도 런던 웸블리구장에서는 6만의 유럽 관중이 BTS를 연호하며 한국말로 떼창을 한다. 세계 투어 중인 BTS는 세계 도시마다 돌풍을 일으키며 비틀스 이후 가장 강력한 팬덤을 가진 그룹이라는 걸 실감나게 한다. 그 도시에서 가장 인기있는 축구선수는 손흥민이라고 한다. 그 치열한 전쟁터 같은 EPL에서 손흥민은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선수가 되었다. 미국 프로야구의 류현진 선수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방어율 1위를 기록 중이며 유력한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여자골프 US오픈에서는 이정은6가 어려운 가정형편을 딛고 사상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새로운 신화를 썼다. 요즘 뉴스를 보면 도대체 우리 젊은 세대들이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것도 가장 경쟁이 치열한 스포츠와 대중음악 분야에서 이뤄낸 성과들이다. 그야말로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이 되었다고 칭찬해줄 만하다.

공정한 룰을 적용하고 제대로 경쟁하게 하면 심지어 즐겨가며 놀라운 성과를 쏟아낸다. 날아라 슛돌이 프로그램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축구 신동 이강인이 그렇다. 어려서부터 즐겁게 축구하며 재미있게 재능을 키워냈더니 불가능하다는 세계 1등을 불과 18년 만에 이뤄냈다. 군사훈련하듯 고통을 참아내며 땀을 쏟아야 이룰 수 있다는 기성세대의 성공기준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경쟁은 모든 이들을 힘들게 하고 어렵게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오래된 기준이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불편할 수도 있다. 유튜브 생태계만 해도 그렇다. 거기에는 학벌도 부모의 돈도 혈연, 지연, 학연의 힘도 다 소용이 없다. 오직 콘텐츠만으로 승부하는 곳이다. 거기에 많은 사람이 몰려가 경쟁하면서 즐기는 이유는 기준이 정정당당하기 때문이다.

20세 이하 월드컵 대표팀, BTS, 류현진, 이정은6 등등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스타들의 공통점은 경쟁을 즐기면서 힘든 시간을 이겨냈다는 것이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인생을 걸고 멋지게 잘해보고 싶어서 미친 듯이 몰입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즐기는 이들에게는 공정한 경쟁의 룰을 만들어줘도 되지 않을까? 그것이 이 사회에서 성공하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해도 되지 않을까? 어차피 실력이 승부처라면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한 즐겁고 또 힘든 여정이 또 하나 인생의 큰 즐거움이라고 이야기해줘도 되지 않을까? 룰은 정정당당하게, 경쟁은 치열하게, 승자에겐 박수를 패자에겐 격려를! 이렇게 상식적인 선진사회의 기준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때가 되었다고 젊은 세대가 놀라운 결과로 웅변하고 있다. 이래저래 그러면 안된다고 우기고 있는 어른들만 부끄러워지는 요즘 대한민국이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