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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아닌 北 찾는 시진핑…속상한 靑, 한중회담 알리며 '상황관리'

뉴스1

입력 2019.06.17 23:36

수정 2019.06.17 23:37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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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中 '시 주석 방북' 발표하자 靑 '한중정상회담 원칙적 합의' 공개
"시 주석 방북, 비핵화 협상 조기 재개 기여하길 기대"

(서울=뉴스1) 진성훈 기자,김세현 기자 = 청와대는 17일 오후 늦게 그간 "협의 중에 있다"고만 밝혀 왔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다소 갑작스럽게 발표했다.

이날 시 주석의 전격적인 방북(20~21일) 발표로 인해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는 상황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중 정상회담이 북한의 대화 복귀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지만, 북중의 결속은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한미 대 북중 구도를 부각시키며 중국의 영향력을 높일 수도 있어 우리로서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 과정을 통해 중국은 치열한 무역분쟁 중인 미국은 물론 미국으로부터 '반(反)화웨이 동참'을 요구받는 한국을 향해 한층 목소리를 키울 공산도 크다. 우리로서는 시 주석의 방북에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런 고민 때문에 청와대는 그간 시 주석의 방북 전 방한을 성사시키기 위해 많은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야 비핵화 협상 재개는 물론 이후의 진전을 좀 더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결국 무산됐다.

청와대는 이날 북한과 중국이 시 주석의 방북을 동시에 발표하자 이를 확인하면서 "덧붙여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전후 시진핑 주석의 방한 계획은 없다"(고민정 대변인)고 못박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의 지난 7일 같은 언급은 있었지만 실명의 고위 관계자가 이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시 주석의 북한 방문 사실을 확인하는 동시에 '한국에는 오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은 중국에 대한 서운함을 에둘러 나타낸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면서 고민정 대변인은 "G20 정상회의 계기 한국과 중국은 정상회담을 갖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며, 구체 일시에 대해서는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G20 정상회의는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다.

통상 정상회담 합의 발표는 양국이 동시에 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이날 '원칙적 합의'는 우리측에서만 공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원칙적 합의'가 이뤄진 시점에 대해서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중국 정상이 북한 정상과는 만나는데 한국 정상과는 왜 안만나느냐는 얘기가 뒤따르지 않겠느냐"며 "협의가 남아 있는 부분이 있어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원칙적 합의 정도는 했다'고 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주석의 방북 발표만 부각될 경우 시 주석의 방한을 추진해 온 우리의 입장이 무안해질 수 있다는 고민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이 북한을 먼저 찾는 결과가 굳어진 만큼 이제부터는 이를 전제로 상황 관리를 해야 하는 숙제가 놓였다.

고 대변인이 "이번 방문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협상의 조기 재개와 이를 통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것은 북중 정상회담의 결과가 비핵화 협상 전개에 끼칠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판단을 반영한 셈이다.


고 대변인이 "정부는 지난 주부터 시 주석의 북한 방문 추진 동향을 파악하고 예의주시해 왔다"며 "그간 정부는 시 주석의 북한 방문이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이의 조기 실현을 위해 중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왔다"고 설명한 맥락도 마찬가지로 풀이된다. 중국도 이번 방북을 통해 북한의 대화 복귀를 노력할 것이라는 뉘앙스이긴 하지만, 중국과 우리의 계산이 전적으로 일치하기는 힘들다.


결국 이번 시 주석의 방북 이후 전반적으로 북한의 대화 복귀 수순이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이 한국 대신 북한을 먼저 찾음으로써 청와대로서는 냉엄한 현실을 자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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