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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재무, 총리 후보들에게 노딜 브렉시트 자제 호소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0 16:29

수정 2019.06.20 16:29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이 수도 런던의 의회를 빠져나가고 있다.로이터뉴스1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이 수도 런던의 의회를 빠져나가고 있다.로이터뉴스1


영국의 총리 경선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영국이 협상 없이(노딜·No dael) 유럽연합(EU)을 탈퇴(브렉시트)하는 상황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테리사 메이 정부에서 브렉시트 협상을 지켜봤던 영국 재무장관은 노딜 브렉시트를 불사하겠다는 총리 후보들이 예비책을 내놔야 한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브렉시트 준비자금이 바닥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BBC 등 현지 언론들은 19일(현지시간) 보도에서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이 20일 런던 시장관저(맨션하우스)에서 열리는 연례 저녁 만찬에서 낭독할 연설문을 입수해 해먼드 장관이 총리 후보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해먼드 장관은 2016년 7월 테리사 메이 총리의 내각이 탄생한 이후 줄곧 재무장관을 맡았다.
그는 연설에서 차기 총리가 될 집권 보수당 당 대표 경선 후보자들에게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영국 경제가 지금보다 "영원히 축소될 것"이라며 대비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할 예정이다. 해먼드 장관은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그동안 브렉시트를 위해 저축했던 266억파운드(약 39조2608억원)의 자금이 금세 바닥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후보들에게 "보수당·국가 통합 지지자들이 이끄는 정부가 국가의 통합 및 경제적 번영을 위협하는 노딜 브렉시트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현 상황을 상상할 수조차 없다"고 말할 계획이다. 해먼드 장관은 "만약 새 총리가 의회의 대치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면 우리는 이러한 교착을 해소할 다른 민주적 절차를 찾아봐야 한다"며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다시 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강조할 전망이다.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공포가 증폭된 것은 19일 진행된 보수당 경선 때문이다. 이날 313명의 보수당 의원들은 5명의 후보를 상대로 3차 당대표 경선 투표를 실시했으며 1위는 143표(46%)를 받은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었다. 이후로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54표), 마이클 고브 환경장관(51표), 사지드 자비드 내무장관(38표)이 뒤를 이었다. 꼴찌(27표)에 머문 로리 스튜어트 국제개발 장관은 경선에서 탈락했다. 5명의 후보들 가운데 존슨 전 장관과 자비드 장관은 노딜 여부와 상관없이 오는 10월 31일까지 무조건 EU를 탈퇴한다는 입장이며 헌트 장관과 고브 장관은 협상을 위해 탈퇴시기를 미룰 수도 있지만 최후의 선택으로 노딜 브렉시트 역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어떤 경우라도 노딜 브렉시트는 안된다고 주장했던 사람은 이번에 떨어진 스튜어트 장관이었다. 남은 4명의 후보들은 각자 정도는 다르지만 노딜 브렉시트가 가능하다고 보는 인물들이다. 4명은 20일 4차 경선 투표에서 마지막 2명을 가린다.

다만 보수당 의원들은 이미 존슨 전 장관과 노딜 브렉시트라는 방향으로 상당수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영국 시장조사기관 유고브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수당원의 63%는 브렉시트만 가능하다면 스코틀랜드가 영국에서 독립해도 상관없다고 답했다. 애초에 지난 2016년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를 반대했던 스코틀랜드는 지난 4월에 만약 영국이 브렉시트를 강행하면 2021년에 과거 부결된 1차 투표(2014년)에 이어 다시 한번 독립을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스코틀랜드 보수당의 루스 데이비슨 대표는 설문 발표 당일 보수당 의원들에게 "스스로 길고 혹독하게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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