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시진핑 訪北 이후..비핵화 외교전 '복잡다단'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0 17:00

수정 2019.06.20 17:00

中 비핵화 개입 의사 드러내..다자구도 펼쳐지나
美, 중국 간접 압박하며 대북 영향력 차단 나서
다자구도 이어질 경우 韓 정부 입지·역할 축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20일 북한을 방문한 가운데 중국 CCTV 에 북한 순안공항에 시진핑이 탄 비행기가 도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20일 북한을 방문한 가운데 중국 CCTV 에 북한 순안공항에 시진핑이 탄 비행기가 도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이후 '남북미(南北美) 비핵화 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남북미가 주도하던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중국이 적극 개입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20일 시 주석은 중국 지도자로는 14년 만에, 집권 이후 처음으로 북한을 국빈 방문했다. 이날 오전 11시 40분 평양에 도착한 시 주석은 북측의 열렬한 환대를 받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일정·정상회담을 함께하며 더욱 긴밀해진 북·중 우의를 내외에 공표했다.


이번 북중정상회담을 통해 중국과 북한은 안보적 측면의 협력을 강화하고 비핵화와 관련된 더 높은 수준의 '전략적 관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미 대화 틀 속에서 북미협상을 하고 이를 통해 비핵화를 완수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변수가 생긴 것이다.

■中 한반도·비핵화 문제 적극 개입..더 어려워진 北 비핵화
미국은 현재 북미 양자간 비핵화 해결의 구도가 흔들리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19일(현지시간)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25년간 실패한 방식을 넘어서야 한다"면서 기존 북핵문제 해결방식인 다자·6자회담 구조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비건 대표는 시 주석의 방북에 대해 "결과를 지켜보자"면서 말을 아꼈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정책에 중국은 100% 동의한다"거나 "중국도 미국·국제사회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제거를 바라고 있다"면서 중국의 행보를 선제적으로 제한하며 간접 압박했다.

이번 방북을 계기로 중국은 북핵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시 주석은 방북 결정 직후 노동신문 1면 기고를 통해 "한반도 문제, 대화·협상을 진전 추동하겠다"고 밝혔다. 적극적 이해당사자가 추가 개입한다면 비핵화 협상은 난항이 불가피하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앞으로의 비핵화 과정에서 미국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차단하는 모습을 보이며 기존 비핵화 협상 프레임인 '남북미 틀'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센터장은 "미국은 과거 6자회담의 실패를 통해 다자국면으로 갈수록 난항에 빠진다는 것을 알고 있고, 북한도 다자구도를 '시간벌기용' 정도로 여겨 왔기 때문에 향후 미국은 북한의 최대 우방인 중국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을 막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자구도 속 우리 정부 입지·역할 줄어들까?
정부는 비핵화를 진전시키기 위한 북미대화 체제에서 그간 중재자·촉진자 역할을 맡았다. 협상 과정에서 북미 양측의 입장차를 조율하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중국의 개입 등 현 '남북미 대화체제'가 흔들릴 경우 할 수 있는 역할도 제한되고, 입지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에 제시한 카드인 '4차 남북정상회담' 역시 북핵문제 이해 당사자의 저변이 확대될수록 영향력과 파급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북한은 문 대통령의 제안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임재천 교려대 교수는 "북한이 우리 정부에 바라는 개성공단 정상화 등 '남북경협'은 대북제제에 막혀 이뤄지기 힘들고, 북한도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면 남북정상회담의 실익도 없다고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북한 입장에서 중국 등 우방이 비핵화 판에 들어올 경우 영향력 확대 차원에서 경제적 보상 등을 해줄 가능성이 큰데, 굳이 실리가 없는 남북정상회담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문 센터장도 비슷한 논리에서 "빠른 시일 내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정부는 미국과 같은 입장에서 신뢰·공조 체제를 공고하게 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못할 경우 향후 정부의 역할과 입지는 더 축소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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