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집값 누르고 갭투자 잡았지만 내집 마련도 어려워져 [새로운 100년, 리스타트 코리아 부동산이 문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0 17:07

수정 2019.06.20 17:07

문재인정부 2년 부동산 정책
투기수요 억제, 시장 안정 목표..잇단 규제에도 상승폭 되레 커져
고강도 집값 잡기 대책 쏟아부어..대출규제로 거래절벽 부작용도
집값 누르고 갭투자 잡았지만 내집 마련도 어려워져 [새로운 100년, 리스타트 코리아 부동산이 문제다]
집값 누르고 갭투자 잡았지만 내집 마련도 어려워져 [새로운 100년, 리스타트 코리아 부동산이 문제다]
집값 누르고 갭투자 잡았지만 내집 마련도 어려워져 [새로운 100년, 리스타트 코리아 부동산이 문제다]
문재인정부 출범 2주년이 지났다. 출범 직후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집값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평가는 엇갈린다. 집값 상승세를 누르고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던 다주택자들의 갭투자를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이 있는 반면 때늦은 공급대책과 정교함이 부족한 규제책으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서울 집 마련을 어렵게 만들고 거래절벽을 야기, "시장만 잡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줄이은 다주택자·투기 억제대책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 목표는 명확했다. 서민 주거안정과 주거복지 향상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다주택자나 투기적 수요를 철저히 차단하는 것이었다. 정부는 먼저 주택시장의 투기수요 억제를 위해 출범 첫해인 2017년 6·19대책, 8·2대책, 10·24대책을 잇따라 내놨다.


6·19대책과 8·2대책에서는 신규분양시장, 재건축시장, 재고주택시장에서 과도한 투기수요를 억제해 주택시장 안정을 추진했다.

정부 출범 한달 만에 나온 6·19대책은 청약규제, 대출규제, 분양권전매규제 강화를 골자로 했다. 청약조정대상지역을 추가 선정(강남4구, 광명시, 부산 기장군, 진구)하고 조정대상 지역 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강화(각 60%, 50%)하는 한편 서울 전 지역으로 전매제한기간을 강화(소유권 이전등기 시까지)했다. 그러나 6·19대책 발표로 다주택자들이 강남 재건축 시장에 몰리면서 서울 아파트 값 상승폭이 오히려 확대되자 정부는 서둘러 8·2대책을 내놨다.

전국 40곳의 조정대상지역 중 서울 25개구 전역, 과천시, 세종시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고 LTV·DTI를 강화(40%)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를 올리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행 등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1순위 자격 강화 등 청약제도를 개편했다. 10·24대책에서는 가계대출을 옥죄었다. 신DTI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소득대비대출비율(LTI) 제도를 도입했고 투자목적의 주담대 LTV, DTI 규제도 강화했다.

정부 대책이 나올 때마다 서울 아파트 값은 안정되는 듯하다가 다시 튀어올랐다. 2017년 5월 0.22%로 시작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6·19대책이 나온 6월 0.85%로 크게 확대된 뒤 7월 0.86%, 8월 1.05%로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어 나온 8·2대책으로 9월(0.15%) 잠시 주춤하다 10·24대책이 나온 10월 0.45%, 11월 0.62%, 12월 0.66%로 상승폭을 다시 늘려나갔다.

■주택공급 대책 추가해 '집값 잡기'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다주택자들은 허점을 파고들어 도망가고, 정부는 다시 퇴로를 차단하려는 '술래잡기'는 다음해에도 계속됐다.

2018년 5~7월 소강상태를 보이던 서울 주택시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 통합개발과 용산 마스터플랜' 및 경전철 조기착공을 통한 강북개발 언급으로 다시 들썩였다.

여의도·용산 아파트 값이 뛰고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동대문구,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등 강북지역도 '갭메우기'에 들어갔다. 강북지역의 상승은 다시 강남 재건축아파트에 부메랑 효과로 나타나 호가가 2억~3억원씩 뛰었다.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주택공급 부족이 언급되자 정부는 8·27일 주택공급 확대방안과 투기지역 지정 등을 통한 시장안정에 나섰다. 수도권의 주택공급(3기 신도시 등)을 확대하고 조정대상지역 3곳과 투기과열지구 2곳을 추가 발표했다.

정부는 이어 2017년 8·2대책을 보완하는 9·13대책을 발표했다. 종합부동산세 정부안 확정과 다주택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 제한, 고가 1주택자에 대한 거주요건 강화,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세제혜택 조정 등이었다. 종합부동산세는 세율인상에 공시가격 현실화(70%)까지 더하면 인상폭이 클 것임을 예고했다. 결국 투자자의 추가 매입을 막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시장에 충격으로 다가올 정도로 강력한 정책에 서울 아파트 값은 움츠러들었다. 강남재건축을 비롯한 일반주택들도 1억~2억씩 호가가 조정됐다.

2018년 9월 3.83%였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10월 1.84%, 11월 0.40%, 12월 0.11%로 크게 위축됐다. 올해부터는 하락세로 돌아서 1월 -0.01%, 2월 -0.09%, 3월 -0.17%로 낙폭을 키웠다. 그러다 4월 -0.14%, 5월 -0.06%로 하락폭이 좁혀지면서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 등을 중심으로 다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시가격 발표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 및 경기위축에 따른 금리인하 가능성에 더해 부동산 규제 카드가 이제 나올 만큼 나왔다는 판단 때문이다.

■상승 눌렀지만 거래절벽 '부작용'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투기수요를 억제해 집값 추가 상승을 막고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를 통해 민간주택 임대 양성화에 기여하는 한편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를 통해 재건축아파트 가격안정에 일조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올해 1~4월 서울 주택 매수건 가운데 갭투자 비율은 45.7%로, 지난해 9·13대책 발표 이전(2018년 7월 1일~9월 13일) 59.6%에 비해 13.9%포인트 줄어들었다는 국토교통부의 발표도 있었다.

반면 거래절벽을 야기하고 무주택 실수요자에게까지 대출을 막아 서울에서 내집 마련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으로 시장 교란이 가중됐다"며 "가장 큰 문제는 주택거래가 줄어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주택거래량은 문재인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 2017년 4월 9386건에서 출범 첫달 1만4976건으로 급증한 뒤 증감을 거듭하다가 지난해 9·13대책 이후 거래량이 1000건대로 급격히 줄었다.

가계소득은 줄어들고 주택가격이 오르면서 서울에서 내집 마련 기간은 늘어났다. KB국민은행이 서울 아파트 담보대출자 정보를 통해 파악한 'KB아파트 연소득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올해 1·4분기 10.5배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의 평균 가구소득이 4845만원으로 전분기보다 117만원 감소하고. 주택 가격은 같은 기간 4억9000만원에서 5억1000만원으로 2000만원 올랐기 때문이다.
심 교수는 "실수요 무주택자를 위해서라도 금융규제를 풀어 거래가 살아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정부가 시장을 달래가면서 정책을 내놔야 하는데 시장을 죽였다"며 "9·13 대출규제로 중·서민층은 어려워지고 현금부자들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정부 출범 1년반 동안 수요규제에 집중하면서 집값이 두 배가 됐다"며 "공급대책이 너무 늦게 나온 감이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