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국가 R&D, 도전과 축적이 기본이다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이 누적관객 1300만명을 돌파하며 역대 외화 최고 흥행기록을 경신했다. 어벤져스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고도의 과학기술이 접목된 발명품과 다양한 슈퍼히어로 등 볼거리가 풍성하기 때문이다. 여러 캐릭터 중 '토니 스타크'는 단연 눈길을 끈다. 아직 실현 불가능한 미래기술인 소형발전장치 '아크리액터(아크원자로)'를 가슴에 품고 활약하는 아이언맨. 그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저을 때 기어코 방법을 찾아내는 인물이다.

토니 스타크는 천재적인 공학도 출신 최고경영자(CEO)답게 무엇이든 척척 만들어낸다. 성공의 배경에는 첨단장비를 갖춘 연구실, 뛰어난 두뇌, 실패를 거듭해도 재기할 수 있는 재력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정작 중요한 건 따로 있다. 바로 포기를 모르는 강한 의지와 끝까지 해보려는 도전정신이다.

반면 우리의 국가 연구개발(R&D)은 어떤가. 지원 규모나 기간, 연구기관의 특성은 고려하지 않고 기술개발이 완료되는 즉시 사업화에 성공하길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사업화만이 성공한 R&D'라는 일부의 인식은 기술 발전을 제자리에 머물게 만든다. 당장 사업화 할 수 있는 기술만 찾다보니 도전적·혁신적 R&D와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아이어맨처럼 초일류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연구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업화에 특화된 기업에는 제품형 R&D 지원을 통해 사업화 성과 제고를 독려하고, 연구역량을 축적해야 하는 대학·연구소에는 안정적인 장기 R&D 지원을 통해 고난도 기술을 확보·공급할 수 있도록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손을 맞잡고 기획한 G-퍼스트(G-First, 세계초일류기술개발사업)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G-퍼스트는 추격형 기술개발에서 벗어나 세계 시장을 선도할 초일류기술 개발을 목표로 한 대규모 연구개발 프로젝트다. 그동안의 빠른 추격자형(패스트 팔로어)형 R&D를 탈피하고 글로벌 초일류 기술을 개발하여 시장과 산업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다.

정부는 G-퍼스트를 통해 연구기관의 기술축적을 바탕으로 공급시스템을 구축하고, 고난도 도전적 R&D에 대한 등급평가 대신 공개평가를 통해 성과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기술 확산의 물꼬를 틀 계획이다. 또한 산업계의 난제를 해결할 어벤져스인 '알키미스트 난제발굴단'을 운영, 불가능에 도전하는 R&D문화를 만들어나갈 방침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기술기획·개발·사업화 모두 다재다능한 '팔방미인'보다는 기술개발 전문가인 '마에스트로'급 연구기관을 확보하고, 사업화 전문기업에 기술이 원활히 공급되도록 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와 고민이 필요하다. 방향이 맞는지 끊임없이 자문하고 소통·협업을 통해 길을 만들어야 한다.
세상의 판을 뒤흔들 와해성 기술은 수많은 실수와 연구가 축적되는 과정을 통해 다듬어지고 현실화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언젠가는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쉼 없는 도전과 다양한 경험을 축적해 나갈 때 우리의 R&D 환경도 새로운 성공 공식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어벤져스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정양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