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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회사 안갈래요" 일본 2030 일자리 쇼핑할때…[새로운 100년, 리스타트 코리아 완전고용사회 일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0 17:40

수정 2019.06.20 17:56

韓은 '구직전쟁'… 日은 '인재쟁탈전쟁'
기업선 웃돈 주고 부모님 설득… 대학생들 기본 서너군데 취업 내정
20대 "생큐 일자리총리" 아베가 웃는다
취업인구 줄고 전후 최장기 경기확장… 20대 58%가 '보수정권 지지'
"그 회사 안갈래요" 일본 2030 일자리 쇼핑할때…[새로운 100년, 리스타트 코리아 완전고용사회 일본]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뉴스1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뉴스1
【 도쿄=조은효 특파원】 '전화로 할까. e메일로 할까. 만나서 할까.' 최근 취업시즌을 맞이하고 있는 일본 대학생들의 '행복한 고민' 중 하나가 취업이 내정된 회사에 가지 않겠다는 이른바 '내정사퇴'를 어떤 식으로 통보하는가인데, 당하는 기업 인사담당자들로선 혹시나 '내정사퇴' 연락이 오지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해당 대학 출신 직원을 통해 내정자가 혹시나 딴마음을 품을까 일대일 전담 마크를 시키는가 하면 심지어 부모로부터 입사 동의서를 받아 심리적으로 결박하는 장치를 마련할 정도다.

지난 1일은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이 정한 '구인활동 해금일'이었다. 일본 유수의 대기업 등 게이단렌 회원사들은 게이단렌 발표에 따라 이날을 기점으로 일제히 구인활동이 가능해지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내년 봄 졸업 대상인 일본 대학생(현재 4학년 1학기)의 절반 이상(51.4%)이 이미 취업이 내정된 상태였다.

■日기업 인재쟁탈전

게이단렌의 통제를 받지 않는 외국계 기업, 유수의 정보통신(IT) 기업들이 졸업 예정자들을 앞다퉈 모셔간 것이다. 해금일에 맞춰 면접전형에 들어간 기업들로선 '인재쟁탈전'을 벌여야 한다.
서너 군데는 물론이고 심지어 예닐곱 군데에서 취업이 결정된 경우도 부지기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선 사실상 '완전고용'을 구현한 '일자리 총리'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심지어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분야 인재들은 웃돈을 주고 모셔가고 있다. 소니는 '디지털 인재'의 경우 연봉에 20%를 얹어 연 730만엔(약 7900만원)의 초봉을 준다. NTT도코모 역시 평균 연봉의 3.4배를 주겠다고 제시했다. 일본 평균 대졸초임이 약 240만~250만엔인 것을 감안하면 많은 수준이다.

경기는 전후 일본 정치를 움직이는 최대 변수였다. 역대 일본 총리들이 안보보다 경제 중심으로 정권을 운용해 온 건 '경기가 곧 표심'이라는 공식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2030세대 보수내각 떠받쳐

아베 총리는 이 공식에 충실했다. 최근 20대의 아베 내각 지지율이 전 세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건 '취업걱정 없는' 전후 최장기 경기확장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2월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 응답자의 58%가 아베 내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21%였다. 30대 지지율 역시 49%로 20대에 이어 전 연령대에서 두번째로 높았다. 60대와 70대 이상에서 각각 29%, 37%의 지지율밖에 나오지 않는 것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최근 5월 조사에서도 2030세대의 아베 내각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통상 진보 성향을 띠는 젊은층이 보수정권을 지탱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2030세대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데다 입맛대로 뉴스를 편식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신문·방송 뉴스를 보지 않고) 포털사이트나 SNS 정도만 참고하는 '넷 한정층(ネット限定層)'에서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높게 나타났고, 개헌 역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며 "정권을 비판하는 정보를 보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젊은층의 보수내각 지지성향을 분석했다.

■日 넘치는 일자리 왜

선진국 경제인 일본에서 왜 일자리가 차고 넘치는 기현상이 벌어지는가. 크게 △거시정책 △인구감소 △기업혁신 등 세 가지 이유로 설명된다.

20년 전과 비교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절대적 수치로도, 상대적 비율로도 모두 감소됐다. 총무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 1998년 말 생산가능인구는 8591만명(68.5%)에서 2018년 말 7349만명(59.2%)으로 약 1242만명이나 증발했다. 반면 생산가능인구에서 제외되는 65세 이상 인구는 약 540만명(1519만명→2057만명)이 증가했다. 일본 정부가 70세로 정년연장을 추진하고, 그토록 깐깐하게 굴었던 외국인 노동자 이민문제에 전향적으로 나서는 것도 경제를 떠받칠 생산가능인구가 급속도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부터 6년간이나 그대로 지속되고 있는 아베노믹스(통화확대·재정확대·구조개혁) 역시 일본경제가 순항하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업혁신을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는 "과거 인구감소기, 일본의 일자리가 지금처럼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반추해보면 지금의 일자리 호황이 단순히 인구 감소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 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에 의한 고도의 혁신이 있었고, 여기에 아베노믹스가 뒷받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hcho@fnnews.com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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