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못믿을 軍..파도 높아 못봤다더니 삼척바다 평온

김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0 18:16

수정 2019.06.20 20:02

GPS·레이더 없단 말도 거짓
못믿을 軍..파도 높아 못봤다더니 삼척바다 평온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국방부에서 북 소형 목선 관련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기 전에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국방부에서 북 소형 목선 관련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기 전에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북한 민간인 목선이 우리 군의 아무런 제지 없이 강원 삼척항에 입항한 사건과 관련,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사건 발생 닷새 만인 20일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이 같은 초동대처 과정의 안보공백 우려뿐 아니라 사건 발생 이후 거듭된 군 당국의 거짓 발표로 인해 대군 신뢰도까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도 군 당국의 거짓해명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는 등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

■軍 "파도 높아 北어선 발견 못했다"

우선 논란은 북한 목선의 식별 불가 여부다.
군은 "북한 어선이 삼척항 부두에 입항하는 과정에서 파고가 1.5~2m에 달했고, 어선 높이가 1.3m로 파고보다 낮아 레이더로 식별하기 힘들었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삼척항 인근 파고는 0.2~0.5m 수준이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서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 '파고부이'에 따르면, 북한 어선이 삼척항으로 입항했던 지난 15일 오전 5~7시 삼척항 인근의 파도 높이는 평균 0.2m, 최대 0.5m로 기록됐다. 기상청의 파고 기록과 군에서 발표한 파고 수치는 1~1.8m가량 크게 차이 난다.

또 군 당국은 지난 17일 "어선에 GPS나 레이더 같은 장비는 없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없었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19일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선박에서 GPS 적출해 분석한 결과 어로활동한 흔적이 있다"고 보고받았다.

■결국 정경두 장관, 대국민 사과

군 당국은 사건 발생 이틀 뒤인 17일 처음으로 입을 뗐고, 이후 내놓은 발표는 오락가락의 연속이었다. 특히 어선 발견장소·기동 여부 등 중요한 내용 대부분이 사실과 달랐다.

군 당국의 해명에서 여전히 석연치 않은 점들이 남은 가운데,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사건 발생 닷새 만인 이날 오전 대국민 사과를 하고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북한 소형목선 상황'을 군은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 처리과정에서 허위보고나 은폐행위가 있었다면 철저히 조사해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국방부가 조직적인 거짓말로 국민을 기만했다"며 "바닥 친 대군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 거짓말을 기획한 사람을 찾아내 처벌해야 하고 모든 것을 국방부 장관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앞서 정 장관을 만나 "제대로 포착하거나 경계하지 못한 부분, 그 후 제대로 보고하고 국민께 제대로 알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 문제점이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달라"라고 지시했다.

이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말을 전하면서 "(국방부가 17일 발표에서) '삼척항 인근'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해서 말을 바꿨다고 보는 것은 틀린 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사고 당일인 15일에 해경에서는 '삼척항'이라고 보도자료를 냈기 때문에, 국방부에서는 본인들이 통상 쓰는 언어인 '삼척항 인근'이라는 표현으로 말한 것이지, 내용을 바꾸거나 축소하려 했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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