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민 80% "사회 갈등 심각하다" [새로운 100년, 리스타트 코리아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0 18:38

수정 2019.06.20 18:41

내 집단이 아니면 '敵' 서로 벽만 쌓는 대한민국인
남/녀, 정규직/비정규직, 진보/보수, 자영업자/근로자
고령자/젊은이, 貧者/富者… 세대·젠더간은 극한 대립
상대방에 귀닫고 비판만 쏟아내며 대화 단절
국민 80% "사회 갈등 심각하다" [새로운 100년, 리스타트 코리아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만인에 대한 만인의 갈등'이 거칠게 나타나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정치나 경제 영역에서 제한적으로 다뤄지던 갈등 문제는 사회 영역으로 넘어와 일상이 됐다. 계층 간 갈등 양상은 지속되고 있고, 2010년대 초반 고개를 들기 시작한 '세대 간 갈등'과 최근 격해진 '남녀 간 갈등'은 20대를 갈등의 중심으로 몰아넣으면서 사회적 비용을 키우고 있다. 이에 통합을 위해서는 갈등을 사회가 나서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화와 타협을 기반으로 정책적인 예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갈등은 이전부터 사회에 상존해 왔으며, 다양한 목소리를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것이 상대방에 대한 비방이나 혐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산적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에너지로 쓰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 80% "사회 갈등 심각해"

2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80%는 사회 갈등이 심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분야별로 사회 갈등과 혐오는 세대·연령별로 다양한 주제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의 고용정책이 청년과 노인, 여성 등에 집중돼 있어 남성 중년층은 소외된다고 주장하는 '일자리 갈등' 양상도 30~40대 사이에서 나타난다. 50대 이상 기성세대들과 젊은층 사이에서는 청약 등 주택마련 기회가 한쪽에 편중돼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부동산 갈등' 또한 엇갈린 이해관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기성세대 내 일자리, 부동산 갈등 양상은 우리 사회 재화가 한정됐다는 인식 속에 더욱 격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영자와 노동자 간의 갈등'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각각 81.6%, 79.0%에 달했다. 주택 소유자와 비소유자 간 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도 49.6%였다. 경제적 격차가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갈등 구조가 다방면으로 나타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갈등을 통해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예전 얘기"라며 "세대갈등 같은 경우도 정부 등에서 한쪽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다 보니 갈등이 심화되는 측면으로 발전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책적인 예방뿐 아니라 조직, 개인 등 스스로가 미리 문제의 소지를 탐지하고 예방하려는 적극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20대, 2010년대 이후 갈등의 중심

2010년대 이후 급격히 늘어난 세대 갈등과 남녀 갈등은 20대의 주요 갈등 요인이 됐다. 특히 남녀 갈등은 52.3%가 심각하다고 답하며 2010년(25.2%) 이후 8년여 만에 두 배 증가했다. 특히 심각하다고 받아들이는 20대 이하 집단에서 '남녀 갈등이 매우 심하다'는 응답이 21.7%로 나온 것이다.

실제 2018년 초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필두로 미투 운동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이후 대학가 미투와 스쿨 미투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올랐다.

주목할 만한 점은 세대 갈등과 남녀 갈등 모두 2010년대 들어 급격하게 논의가 커진 갈등 양상이라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대 갈등은 2000년대보다 관련 보도량이 4배 넘게 증가했고, 젠더 갈등도 같은 기간 6배 이상 증가했다. 20대를 중심으로 기성세대와의 대립, 남녀 간의 갈등 등의 새로운 구도가 2010년 들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의 새로운 갈등 구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연구진은 "20대 남녀 갈등 인식은 '미투 운동'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젠더 갈등 양상이 긍정적으로 승화되지 못하면 향후 한국 사회의 새로운 갈등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갈등과 경쟁은 구분돼야"

다만, 사회 내부의 갈등 자체를 문제시해서는 곤란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양한 계층의 말을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우리 사회의 갈등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화사회로 접어들고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여러 방법으로 언로가 확장된 것이 가장 큰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일찍이 사회과학에서도 갈등이 반드시 부정적인 결과만을 낳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유익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기능론적' 관점에서 바라보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갈등의 억제를 요구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에게 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사회의 갈등을 보다 생산적인 논의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보고서 연구진은 "주의해야 할 점은 갈등과 경쟁을 구분하는 것"이라며 "경쟁이 갈등을 낳지만, 모든 형태의 갈등이 경쟁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니며, 경쟁이나 대립보다는 당사자 간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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