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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상산高 같은 학교 더 만들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3 17:11

수정 2019.06.24 17:01

전주 상산고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취소 결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지난주 전북교육청은 상산고가 5년마다 한번씩 실시하는 평가에서 기준점수(80점)에 미달하는 79.61점을 받아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전북교육청의 결정에 동의하면 상산고는 내년부터 당장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발표 하루 만인 21일부터 전북교육청의 결정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전북 출신인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미래 인재의 산실인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신경민 의원도 "지역 인재양성, 지역 균형발전 등을 고려해 재지정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오는 26일 국회 교육위원회를 열어 전북교육청을 상대로 현안 질의에 나설 예정"이라며 "전북교육청의 이번 평가가 어떤 기준에서 이뤄졌는지 배경과 의도를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청와대도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목표가 옳다고 해도 모든 방법까지 다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북교육청의 평가 기준과 절차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시·도 교육청과 달리 유독 전북교육청만 자사고 재지정 기준점수를 교육부 권고안(70점)보다 10점 높인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학교 측과 학부모들도 이런 절차적 정당성 결여를 문제 삼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과연 맞느냐는 점이다. 기술 하나에 흥하고 망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천재 한 명이 수십만명을 먹여 살린다. 자사고는 지난 2002년 김대중정부가 평준화 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대부분의 선진국도 창의적 인재양성을 위한 수월성(秀越性) 교육을 유지하면서 교육 기회의 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을 병행한다.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교육부 장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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