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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을 이어온 체육의 역사, 그 안에 한국의 위상과 정신 담아내겠다"

김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3 17:16

수정 2019.06.24 17:41

김두일 선임기자가 만난 사람 ― 원일 전국체전 개·폐막식 총감독
100주년 전국체전 주제는 '몸의 신화'
스포츠 영웅들이 이뤘던 역사 돌아보고 전통과 현대 공존하는 서울 표현
성스러운 합창부터 테크노음악까지 다민족·다양성 어우러지는 공연 될 것
"100년을 이어온 체육의 역사, 그 안에 한국의 위상과 정신 담아내겠다"


'전국체전 몸(體·영웅)의 성취가 100년 역사를 돌아보고 지금, 여기서(서울) 뭇별(국민·시민)들이 미래의 희망을 노래한다.' 올해로 100번째 맞는 서울시 전국체전의 총감독을 맡은 원일씨가 기획한 체전 개·폐막식 이미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전국체전은 오는 10월 4일 개막해 일주일간 치러진다. 이번 체전은 우리 한민족, 다문화가정도 적극 참여한다. 여기에 북한 선수단 참여가 기대되고 있다. 이번 체전이 전국체전, 민족체전을 뛰어넘어 다민족체전임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원일 총감독은 "지금 체전이 하나됨을 위해 온몸을 불사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 체전을 준비하느라 밤잠을 못이룬다. 그럴 때마다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또다시 체전 기획에 몰입한다. 체전 개막 100여일을 앞두고 원 총감독을 만나봤다.

―이번 체전의 의미와 중요성은 무엇인가.

▲올해 전국체전은 숫자적으로도 완벽한 100주년이다. 여러 면에서 가장 크게 성대히 치러진다. 그라운드도 88올림픽을 했던 잠실 주경기장이요, 특히 100년이라는 시간과 관련해서 주제공연을 크게 펼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의 정신, 위상, 마음이라고 할까 그런 것들을 모두 담아내야 한다. 동시에 체전은 몸의 제전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몸의 건강성을 담아내겠다.

―서울의 위상, 정신 등을 체전에서 어떻게 이미지화시킬 계획인가.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다. 그 이유는 첨단문명과 전통문명 등 전통과 현대가 공존한다. 또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과 강이 아름다움을 만들어준다. 광화문만 봐도 뒤에는 산이 있고 세종대왕, 이순신장군 동상이 있는가 하면 한글과 거북선 등 그 전통 안에서 혁신을 이끌었던 천재들, 또 나라를 이끌었던 영웅들, 한강의 기적으로 상징되는 한국의 경제적 성장, 민주화들이 대한민국이요 서울 그 자체다. 국제적으로 가장 빛나는 도시다. 또한 가장 최근에는 시민들의 힘으로 어떤 주권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시민들의 역량을 보여줬던 곳이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뤘을 때는 선수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온 나라를 붉은 물결이 뒤덮었을 정도로 한국사람들의 흥과 열정을 모두다 보여줬던 곳이다. 서울의 이런 이미지들이 전 세계인들에게 박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불의를 보면 뒤집을 수 있고, 또 뒤집어엎었잖아요. 이런 나라는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그것도 평화적으로 말이다. 또 축구선수 손흥민, 이강인, 방탄소년단(BTS) 등 아이돌이나 스포츠 영웅들…. 지금 (세계에서) 이런 영웅들보다 더 주목받고 있는 영웅들이 있나요. 이런 과거와 현재가 있기 때문에 미래를 얘기할 수 있는 도시가 서울이지요. 이런 것들을 모두 담아내는 것이 이번 체전의 주제이고 핵심이죠. 주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몸(體)의 신화, 100년의 탄생이거든요. 몸은 작은의미로는 선수들이지만 체전이 사실은 몸과 건강성을 상징하는 거잖아요. 일제 때부터 한 체전의 역사들, 즉 그 암울했던 서울을 뚫고 나라를 만들어낸 몸의 신화를 얘기할 겁니다. 100년의 탄생은 과거 100년이 시점이 있었고 앞으로 다시 100년을 이어간다는 점, 이런 것들을 주제 속에 다 감안시켜야죠.

―이번 체전은 특히 북한 선수단이 참가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때문에 이번 체전의 주제 속에는 민족성도 많이 강조할 것 같은데.

▲2032년에 서울과 평양이 올림픽 단일팀을 따기 위해 신청해놨고 민족적인 것은 1920년 배재학당에서 열렸던 전조선야구가 전국체전 효시다. 그 당시는 일제 치하였다. 거기서부터 민족정신이나 독립과 자유를 꿈꿨던, 예를 들면 손기정 선수로 상징되는 한국이 성취했던, 한국인 몸이 성취했던 올림픽의 가장 높은 자리인 금메달인데 일장기를 달고 뛸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비극, 이런 것들이 그 선수의 몸이고, 몸들이 극복해야 되는 여러 시련과 고난이다. 민족적인 것은 그 당시부터 출발했던 것이지만 지금의 우리 민족성은 이미 다민족이다. 그래서 서울,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더 넓혀야 할 시점이다. 지금 얼마나 많은 다문화가정이 있는가. 또 몇십만명이 외국인이 있지 않은가. 이들도 모두 같은 한국인이다. 이런 내용을 담아내기 위해서도 무척 고민하고 있다. 다시말해 민족정신이기보다는 민족정신의 변화도 담아낼 생각이다. 또 정치적으로 자유롭지 못했던 반민주시대 홍수환의 4전5기, 양궁의 금메달 영웅 등 한국 체육 100년의 성취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줬던 것을 모두 담아내겠다. 또 미래는 지금 서울에서 살고 있는 시민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영상으로 나갈 것이다. 다양화된 국민, 시민들의 희망의 메시지가 미래를 탄생시키는 동력이다. 다시 한마디로 설명하면 영웅의 몸(체전선수)과 한국 스포츠 100년의 영웅이 뭇별(국민·시민)들의 몸(희망)이 미래의 몸(염원)을 탄생시킨다는 내용이 담겨진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때의 개·폐회식 음악감독역이 큰 경험이 됐나.

▲사실 그게 큰 경험이기도 하지만 더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들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가들과 각 분야의 감독단은 우리나라 최고의 거물들이다. 이분들이 함께 다양한 의견을 녹여내고, 서울시의 메시지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국민들의 시민들의 메시지가 있고 그것을 담아낸다는 게 되게 부담 되죠. 어떤 때는 밤에 잠이 안 와요. 음악과 관련, 체전의 퍼포먼스에서는 스토리로 이해하기보다는 음악이 오히려 대본 같은 역할을 하죠. 음악이 갖고 있는 정서는 즉각적으로 다가오잖아요. 음악은 말을 하지 않잖아요, 그렇지만 음악이 다 말을 해주죠. 또 지난 100년간의 그 시대 그 음악이 들어가고 거대한 합창도 들어가고, 빠른 테크노 음악도 들어가고, 아주 성스러운 합창도 들어가고 다양하게 어우러진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번 체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다고 보나.

▲그 부분은 중요하지 않다. 잘못하면 정치적으로, 정치에서는 큰 사건이 있을 수 있다. 이 부분은 철저하게 무시한다. 다만 일반 뭇별들, 시민들의 염원을 잘 담아내는 것. 이런 것들은 작은 소망이잖아요, 이런 것들이 모여서 큰 힘이 된다는 점을 담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시민들의 힘, 소소한 것들이 모이면 거대한 것도 이뤄낼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촛불의 힘이기도 하고 뭇별의 힘이기도 하다. 이런 것들을 예술적으로 체전이라는 스포츠 제전에 어울리게 담아내는 것이 서울시와 서울시장의 뜻일 거라고 본다. 저에게 막중한 일을 맡기셨으며 서울시의 정신을 담아내는 것이 저의 의무죠.
"100년을 이어온 체육의 역사, 그 안에 한국의 위상과 정신 담아내겠다"

◆원일 총감독은 국악·재즈 넘나드는 작곡가이자 연주자..평창올림픽 음악감독도

원일 총감독. 그는 작곡·피리와 타악기 연주자로, 음악감독으로 명성이 높은 예술감독이다.

그는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때 개·폐막식 음악감독을 맡았다. 이어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100회 전국체전의 개·폐막식 총감독을 맡았다.

원일은 초등학교 때 스네어 드럼 연주와 리코더를 불며 음악에 입문했다. 중학교 밴드부에서는 클라리넷을 전공했고 국악고교에 진학해 피리와 사물놀이를 배우며 전통음악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프리재즈의 전설적인 연주자들에게 음악을 사사, 다원적 예술분야에서 탁월한 아티스트로 손꼽히는 위치에 올랐다. 그는 제자리에 머무르지를 않는다.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을 향해 도전할 뿐이다.


전남 구례 지리산에서 매년 펼쳐지는 화엄음악제와 국립극장의 여우락 페스티벌은 그가 관장하는 하나의 작품이다. 또 그가 창단한 타악그룹 '푸리(Puri)'와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의 연주방식과 음악작품은 한국 음악계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켜 수많은 음악인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원일은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전시, 연극, 무용, 영화 등 타 예술장르와의 만남과 연출을 통해 확장시키는 작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dikim@fnnews.com 김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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