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사업자 명의대여, 그 위험한 유혹

"네 명의로 사업자를 좀 내자."

이런 부탁을 받아 본 경험들이 꽤 있을 것이다. 이는 주로 친지나 가까운 지인의 부탁이기 때문에 거절하지 못하고 사업자등록증 명의를 빌려주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속칭 '바지사장'이 되는 것이다. 타인에게 사업자 명의를 대여해 준 경우 처음부터 사업자등록증의 명의자와 실질 사업주가 일치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그 사실을 국가 등 제3자는 모르기 때문에 그로 인해 명의대여자는 각종 불이익을 받게 된다.

첫째, 세금이 연체되면 결국 세무서는 체납처분을 하게 되는데 당연히 사업자등록증상 명의자의 재산에 체납처분을 한다. 체납처분으로 끝나지 않는다. 신용카드가 정지되는 등 모든 금융거래에 제한을 받게 되고, 출국금지를 당할 수도 있다. 둘째, 통상 세금이 연체될 무렵이면 실질 사업주는 이미 4대 보험료도 연체한 상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4대 보험료를 체납하면 마찬가지로 사업자 명의자의 재산에 압류를 한다. 셋째, 세금을 납부하지 못할 정도라면 당연히 거래처에 대금도 지급하지 못한 상황일 것이다. 따라서 사업자 명의대여자는 실질 사업주의 거래처로부터 민사소송을 당하게 된다.

세금의 경우 구제수단이 있다. 국세기본법이 실질과세 원칙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의대여자가 세무서에 사업자 명의대여 사실을 소명하면 구제를 받을 수 있지만, 실무적으로 사업자 명의대여 사실을 입증하여 체납처분을 취소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면 명의대여자는 막대한 세금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4대 보험료는 사실상 구제수단이 없다. 국민연금법 등 관련법령에서 국세기본법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사업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할 수는 있겠으나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없다.

명의대여자가 실질 사업주의 거래처로부터 대금을 지급하라는 민사소송을 당한 경우 상법상 명의대여자 책임이 성립하지 않음을 증명하면 승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실무적으로 쉽지 않다. 결국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사업자 명의대여자는 실질 사업주의 채무를 연대해 책임지게 된다.

조세범처벌법이 명의대여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는 있으나 조세회피 목적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대상이 되기 때문에 실무적으로는 처벌되는 사례가 별로 없다. 결국 명의대여자는 전 재산을 압류당하고 신용불량자가 되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실질 사업주는 "내가 다시 사업을 해서 꼭 갚겠다"며 또다시 다른 누군가의 명의를 빌려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다.

국세청은 조세공평을 위해 사업자 명의대여를 예방하는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업자 명의대여가 무수히 많이 일어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지금까지의 경험상 대한민국에 등록된 개인사업자 중 적어도 10% 이상이 명의대여에 의한 사업자로 추측된다.
사업자 명의대여 행위로 인해 거래질서가 훼손되는 등 국가적 손실도 적지 않지만, 현실적으로는 명의대여자가 단기간에 전 재산을 잃는 경우가 많아 폐해가 몹시 심각하다.

따라서 사업자 명의대여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업자등록 신청절차 자체를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로 바꿔 엄격한 심사절차를 두는 방안 또는 조세회피 목적 여부를 불문하고 명의대여행위 자체를 처벌하되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안, 세금 체납 이전에 명의대여자가 자수하는 경우 명의대여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백재승 백남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