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인프라 정책이 바뀌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올 상반기에만 104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인프라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1월에 24조원 규모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을, 4월에는 48조원 규모의 생활SOC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6월에는 2023년까지 노후 기반시설에 32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대선 당시만 해도, 집권 초기만 해도 문재인정부는 SOC투자를 '콘크리트에 투자하는 것'으로 폄훼하면서 축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천명했다. 실제로 문재인정부의 첫 번째 '국가재정 운용계획(2017~2021)'에서는 향후 5년간 해마다 중앙정부 SOC예산을 7.5%씩 줄이기로 했다. 특히 2018년 SOC예산(안)은 17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20%나 줄였다. 그랬던 문재인정부의 SOC정책이 채 2년도 지나지 않아 확 바뀌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라고 비난한다. 반면 우리 SOC실태나 그동안의 부진했던 투자실적에 비춰 볼 때 환영할 만한 조치라는 인식도 많다.

오랫동안 우리는 '4대강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필수적인 SOC투자도 제대로 못했다. 지난 10여년간 토목건설 투자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노무현정부 때 추진됐던 수도권 2기 신도시의 광역교통망 개선계획은 올 1월에야 예타 면제사업 발표에 포함됐다.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광역교통망도 지난 10여년간 제대로 추진된 것이 없다. 선진국에서 흔히 '사회인프라'로 부르는 문화, 체육, 보육, 의료, 복지, 공원시설 등에 대한 투자도 부족했다.

최근 발생한 인천과 서울 일부 지역의 '붉은 수돗물' 사건은 노후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했던 결과다. 오랫동안 우리는 유지·관리를 등한시했다. 이제는 개발연대에 만들어진 시설물들이 급속하게 노후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 10여년간 'SOC 충분론'을 주장하던 사람들은 양적 지표만 보고 SOC 투자는 줄여도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주장을 하곤 했다. 이들은 질적 지표를 간과했다. 예컨대 상수도를 보자. 우리나라의 상수도 보급률은 2015년에 99% 수준이었다. 양적으로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누수율은 전국 평균이 10%였고, 심한 곳은 40%를 넘어선 지역도 있다. 질적으로 보면 여전히 취약한 것이다. 향후 4년간 32조원을 노후 기반시설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은 때늦긴 했지만 시급한 조치다.

104조원의 인프라 투자계획이 발표된 만큼 이제는 인프라정책의 틀도 새롭게 수립했으면 한다. 먼저 개발연대에나 활용되던 'SOC'라는 낡은 용어를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는 '인프라'로 대체하자는 제안부터 하고 싶다. 'SOC'에 덧칠된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도 '인프라'라는 단어의 활용이 필요하다.

'국가재정 운용계획'도 올해는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재작년에는 SOC예산을 해마다 7.5%씩 줄이겠다고 하다가 작년에는 2.0%씩 줄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104조원의 인프라 투자계획을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예산안에 담겠다면 그런 식의 축소지향적 방향 제시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 대규모 인프라 투자계획이 발표됐기 때문에 오랫동안 인프라 예산의 증액과 신규사업 발굴을 막아 온 '완공위주 집중투자' 방침은 삭제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새로운 인프라 투자계획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새로운 인프라정책이 필요하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