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R&D 생산성과 정부의 역할

최근 우리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과 실업률 상승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어려움이 최저임금 상승,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인한 노동비용 상승, 중국 제조업 추격 등 여러 요인에 기인하고 있어 뾰족한 해결책도 없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는 연구개발(R&D) 투자에 관한 한 세계 최고란 점이다. GDP 대비 R&D투자 비중이 2013년 이후 세계 1, 2위를 보이고 있고 절대 규모도 5위 수준이다.

문제는 R&D의 생산성이 높지 않은 점이다. 한 기관에 따르면 기술 수준은 최고 대비 78.6%, 격차는 4.2년으로 평가됐고, 연구자당 국제논문의 피인용 횟수도 하위수준이며, 상당한 기술무역적자도 지속되고 있다. 생산성 제고와 관련해 민관 간 R&D의 효율적 역할분담이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민간은 시장에서 각광받는 기술개발로 이익창출을 극대화하고, 정부는 이런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R&D자원의 효율적 사용으로 경제활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은 인력이동이나 지식·정보 유통 등에 의한 외부효과와 다소간 비경합성, 비배제성 등 공공재적 성질을 갖고 있다. 특허제도, 보조금, 세제지원 등으로 각국 정부가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어떤 분야에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것이냐일 것이다.

먼저 정부 지원은 시장형성 초기에 있고, R&D위험이 큰 분야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시장형성 초기 분야는 아직 시장기능이 작동되지 않고 있고, R&D위험은 현재와 미래 간 정보비대칭성에 기인하는 바 이는 시장실패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실제 기업들은 정부와 비교 시 시장 성숙도가 높은 주력 분야에 R&D투자 비중을 높게 유지하나, 반대의 경우엔 R&D투자 비중을 적게 유지한다. 시장형성 초기, 위험이 큰 분야에는 기업투자가 위축되므로 정부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기초, 응용, 개발 등 개발단계와 관계없이 지원할 필요가 있다. 기술은 개발단계와 관계없이 공공재적 성질을 갖고 있으므로 특정 단계에 한정하는 것은 적정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 기업들은 정부 대비 개발연구에 더 치중하고 있지만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도 상당하다.

한편 방법과 관련해서는 현금지원과 세제지원 간 비중이 문제다. 우리의 경우 R&D에 대한 현금지원은 늘고, 세제지원은 줄어드는 추세다. 두 방식 모두 기업의 기술개발 확대에 기여하나, 현금지원의 경우 R&D과제 선정 주체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와 기업 중 누가 선정하느냐가 생산성에 차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선정방식은 기업의 구체적 사정에 대한 고려가 상대적으로 미흡해 그만큼 성과를 극대화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업 선정방식이 성공확률을 높일 것이다. 현금지원과 달리 세제지원은 과제 선정, 관리도 기업 스스로가 하는 경우다. 그래서인지 선진 외국들은 기업의 R&D에 대해서 상당한 세제지원을 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엔 R&D투자에 대한 세액공제가 30%, 일본은 6∼14%에 이르고 있다. 우리는 0∼2%에 불과하다. 글로벌 다국적 기업에 비해 우리 기업들의 R&D투자가 저조한 이유 중 하나다. 경쟁력 약화와 경제위축을 보완할 확실한 수단은 기술개발투자다. R&D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지원방식 하나만 개선해도 R&D생산성이 달라질 것이다. 현금지원의 경우엔 기업의 자유과제를 확대하는 한편 세제지원 방식을 늘려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 관계자들의 심층적 검토와 개선을 기대해본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