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UAE 원전 짓고도 단독 정비 수주 놓치다니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5 17:14

수정 2019.06.25 18:52

한국수력원자력·한전KPS컨소시엄(팀코리아)과 두산중공업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바라카 원자력발전소의 정비사업 계약을 한 것으로 24일 밝혀졌다. 최소 10~15년 지속될 장기정비계약(LTMA) 입찰에서 5년 계약만 따낸 것이다. 이에 따라 3조원으로 기대했던 수주총액도 수천억대 규모로 줄어들 참이다. 한국형 원전 APR-1400 4기를 수출한 당사국으로서 실망스러운 반쪽짜리 수주에 그친 셈이다.

이번 정비계약에서 한국의 일괄·단독 수주가 무산된 건 뭘 뜻하나. 한국 업체들은 앞으로 UAE 기업이 총괄하는 정비 프로젝트에 하도급 형태로 참여하게 된다는 얘기다. 2009년 UAE와 바라카 원전 건설계약을 체결한 지 10년 만에 한국의 독점적 지위가 결정적으로 흔들리는 꼴이다.
설계와 건설, 운영과 정비에 이르는 원전 전 주기에 대한 양국 간 협력체계에 구멍이 생기면서다. 이 빈틈을 비집고 미국·영국 등 경쟁업체들이 운영과 정비 프로젝트를 나눠 맡게 되면 우리로선 뼈아픈 손실이다.

이로써 우리의 차세대 원전사업에 비상등이 켜졌다고 봐야 한다. 정부는 이번 계약이 탈원전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UAE 입장에서 역지사지해 보라. 한국이 국내 원전을 폐쇄해 부품·인력 공급이 끊기려는 터에 십수년 장기계약을 해 줄 마음이 생길 리가 있겠는가. 문재인정부의 과도한 탈원전 드라이브가 UAE뿐만 아니라 해외 원전사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번 반쪽 수주를 불합리한 에너지전환 정책을 리셋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기 바란다.
무엇보다 신재생에너지를 진흥한다며 성급히 탈원전 깃발을 든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었다. 스위스와 스웨덴처럼 수력 등 풍부한 재생에너지원을 갖고 있는 나라들조차 아직 원전을 유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보다 경제성·효율성이 월등히 높은 데다 탄소와 미세먼지를 내뿜는 화력발전에 비해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재생에너지 비중을 점차 높여 가면서도 차세대 원전과 핵융합 등 첨단 원자력 기술 시장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