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

얼핏 조용해 보이지만 병원의 일상은 하루하루 치열하게 돌아간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병을 안고 병원을 찾는다. 환자들은 의사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고 또 의존한다. 한평생의 대부분을 병원에서 의사로 보냈던 필자도 많은 환자들 그리고 가족들과 인연을 맺었다. 그 사람들과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눴다.

환자에 대한 미안함과 의사로서 자괴감도 감출 수 없었다. 더 힘들었던 것은 돈이 없거나, 남은 가족에게 부담될까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였다. 병마와 지쳐가며 싸우는 것도 힘겨운데 병원비가 없어서 더한 고통을 안고 가야 하는 환자들의 체념 어린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2년여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으로 부임하면서 마음을 다잡은 것 중 하나가 돈이 없어서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의 건강보험체계에서 모든 국민에게 치료비를 전액 보장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건강보험에서 의료비의 많은 부분을 부담해 환자가 짊어져야 할 비용이 적어진다면 이들 환자에게는 희망의 불빛이 될 수 있다. 특히 병에 걸리면 치료비 걱정이 앞서고,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이 높은 저소득계층에 대한 지원은 필수 불가결하다.

이런 점에서 시행 2년째를 맞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은 우리의 건강보험 체계에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국민의 가계의료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지금까지는 전체 의료비에서 국민이 37%를 내고 건강보험에서 63%를 부담하고 있는데, 건강보험 비율을 70% 수준까지 높여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자는 것이 보장성 강화정책의 핵심이다.

그동안 보장성 강화정책에 따라 초음파검사, MRI, 치매, 틀니, 임플란트 등 다양한 분야에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됐고 2∼3인실 입원료에도 보험이 적용되는 등 환자들의 부담이 대폭 완화하거나 폐지됐다. 건강보험 확대에 따라 병원에서 새로운 비급여항목을 계속 만들어 수익을 내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차단,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는 점도 혁신적이다.

반가운 것의 하나는 저소득계층에 대한 실질적인 의료비 지원도 시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으로 불리는 이 제도에 따라 기초생활수급자와 저소득 가구에게 막대한 부담이 됐던 의료비가 피부에 다가갈 수 있도록 줄어 의사 시절 느꼈던 안타까움이 조금은 나아졌다.

건강보험제도를 유지하는 큰 축의 하나인 의료계의 반대가 일부에서 남아있다. 그간 의료계와의 허물없는 대화를 통해 많은 부분의 오해를 불식해왔지만 아직도 더 진솔한 소통이 필요하다. 의료계는 건강보험이 확대됨에 따라 수익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의료기관이 건강보험료만으로도 충분히 운영될 수 있도록 적정수가가 책정될 수 있도록 정부당국과 함께 의료계와 소통하면서 차근차근 이 문제를 풀어나갈 생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핵심업무인 진료비 심사평가체계도 개편한다. 의학적 근거를 중심으로 의료인의 자율과 책임을 담보할 수 있도록 의료계와 함께 심사·평가 업무를 의논해 나갈 것이다.
개별 행위가 아닌 질병치료의 합목적적인 부분을 크게 보고자 하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 이웃 중에는 병원비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한 환자들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관련 당사자들과 함께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환자의 고통을 줄여나가는 국민건강 지킴이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다.

김승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