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정녕 법 밖에서도 떳떳하십니까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7 17:32

수정 2019.06.27 17:32

[기자수첩] 정녕 법 밖에서도 떳떳하십니까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죄가 없다'고 봤다. 지지자들과 동료 의원의 환대 속 기자회견대에 선 권 의원은 이 순간을 벼른 듯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검찰은 그동안 증거를 조작하고, 무리한 주장을 통해 저를 매장하려고 했다. 정치검찰의 정치적 반대자 탄압행위는 앞으로 두 번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

그는 핍박받아온 투사처럼 열을 올렸다. 이제 막 1심이 지났을 뿐인데, 권 의원이 내뱉는 말에는 앞으로의 승리를 확신한 듯 결기가 서려 있었다.


정작 판결문을 보면 권 의원이 이처럼 '당당해도 될까'란 의구심이 남는다. 1심은 청탁대상자 명단에 권 의원의 이름과 지위가 기재돼 있고, 해당 교육생 후보자 중 일부가 점수를 조작해 합격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최흥집 전 사장은 법정에서 '권 의원에게 직접 청탁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인사팀 직원들은 '사장의 부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염려됐다'는 진술을 남겼다.

재판부는 권 의원이 채용을 청탁했을 수 있다는 여지를 두면서도 "청탁을 받은 강원랜드 사장의 부당한 지시가 인사팀장, 대리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 족한 정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논리를 내놓는다. 설령 청탁이 오고갔더라도 법리상 죄는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오히려 재판부는 사장의 부정행위가 업무방해라면 지시를 받아 실행한 인사팀 실무자들은 공범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이런 판결을 받아든 피고인이 자신을 피해자로 포장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 어찌 됐든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주민들과 취업준비생들에게 실망을 끼친 점에 대해 사죄하는 것이 옳은 처사다. 법의 잣대가 아닌 도의적 판단이 필요한 의혹도 여전히 해소되지 못했다.

이번 사건은 그 과정도 깔끔하지 않았다. 권 의원이 기소되기 직전까지 '방탄국회' 논란이 이어졌다.
한줌 의혹도 없다는 태도로 떳떳하게 수사에 임했다면 불필요한 정쟁이 벌어져 국민들 앞에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일 일도 없었다.

그럼에도 권 의원은 법 앞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것이 양심 앞에 부끄러움이 없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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