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韓美북핵수석협의, 北비핵화 진전 '새전략' 논의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8 11:33

수정 2019.06.28 15:47

정상회담서 논의될 비핵화 의제에 대한 사전조율
최근 '친서외교', 북중정상회담 등 외교환경 고려
北 대화 이끌 새로운 비핵화 협상전략 마련되나
제재 일부 완화 등 기존과 다른 방안 도출될까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왼쪽)가 28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가진 북핵 수석 대표 협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왼쪽)가 28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가진 북핵 수석 대표 협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미 북핵수석대표협의가 28일 오전 10시께 서울시 도렴동 외교부 청사 14층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실에서 열렸다. 이날 협의에서 두 대표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될 향후 북한 비핵화 진전 전략에 대해 논의했고, 비핵화 문제 해결과 북미대화 재개의 긍정적 여건 조성을 위해 한미가 함께 노력하자는데 인식을 함께했다.

한미 양국의 북핵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오는 30일 개최되는 한미정상회담의 '비핵화 의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 본부장은 비건 대표를 환영하면서 "오늘 협의는 첫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울에 도착해 한미 양국 대통령이 성공적 회담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차원, 둘째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에 실질적 진전을 가져올 방법에 대해 논의한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하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최근 한반도와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의 외교 활동과 교류에 대해 언급했다. 실제로 꽉 막혔던 북미관계는 이번 달 북미 정상간 '친서외교'로 변화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방북, 북중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등 여러 외교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에 비건 대표는 이 본부장과 다시 만난 것에 대해 "매우 기쁘다"면서 '지난 주 한국에 잘 돌아간 것이냐'고 안부를 물은 뒤 "오늘 논의가 기대된다"고 짧게 말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지난주인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났다. 이 본부장과 비건 대표는 미국의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이 주최한 행사에서 공동 기조연설을 했다. 당시 이 본부장은 연설에서 "제재만으로는 북한을 바꾸지 못한다"는 입장을 편 바 있다.

이날 협의에서 이 본부장은 최근 친서외교와 시 주석의 방북 등 분위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우리 정부는 북미대화의 모멘텀을 높이고 대화가 조속히 이뤄지도록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정착에 대한 한미 양국의 의지를 재확인하고 이를 위한 긍정적 여건을 조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덧붙였다.

비건 대표도 "한미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 번영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공약을 동시적·병행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북측과 건설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이 이날 한미북핵수석대표협의에 대해 "시의적절하다"고 표현한 것처럼 북미 비핵화 협상은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펼쳐진 교착상태를 끝내고 새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멈춰선 비핵화 논의가 재가동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된 셈이다.

특히 미 국무부는 전일 "비핵화 최종 목표 달성을 위해 동시적·병행적(simultaneously and in parallel) 진전을 이뤄나가기 위해 북한과 건설적 논의를 할 준비가 됐다"면서 "북한 당국자들을 계속 협상에 초대할 것"이라면서 북한에 여지를 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변화된 비핵화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협상테이블 복귀와 실질적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해 남북경협의 일부 허용하는 카드가 논의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오후 비건 대표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도 면담을 진행한다.

하노이 담판에서 미국은 일괄적 비핵화와 빅딜을, 북한은 영변핵시설로 사실상 전체 제재의 해제를 시도했고 단계적 비핵화 입장을 반복했다. 하지만 미국이 제재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취할 경우 이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연결되며 비핵화 상황의 전반을 바꿀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날 비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처럼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 서울 정부종합청사를 통해 별관인 외교부 청사로 들어선 비건 대표는 '어제 북한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좋은 아침(굿 모닝)"이라고만 답했다.
이날 11시 15분께 협의를 마치고 외교부 청사를 나가면서도 비건 대표는 취재진의 질문에 "노 코멘트"라고만 답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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