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北 "온전한 대안" 요구에 美 "동시·병행적 진전"…협상 재개 임박?

뉴스1

입력 2019.06.28 20:25

수정 2019.06.28 20:25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가진 북핵 수석 대표 협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19.6.2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가진 북핵 수석 대표 협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19.6.2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이도훈-비건, 트럼프 방안 앞두고 한미 북핵대표 협의
비건, 지난 1월 말 이후 "동시·병행적" 기조 다시 꺼내들어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방한중인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특별대표가 28일,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공약을 '동시적‧병행적(simultaneously and in parallel)'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북측과 건설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해 주목된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한미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 번영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정상 간 친서 교환으로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는 한편 "셈법"을 바꿀 것을 요구하며 향후 협상에 대비해 입장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비건 대표는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를 내비치며 유화적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평양 실무회담을 앞둔 지난 1월 말 스탠퍼드 대학 강연에서 '동시적·병행적' 기조를 처음 공개적으로 꺼냈었다.
이는 그 이전까지 '단계적, 동시적 행동'을 고수하는 북한에 맞서 ‘선 비핵화 후 상응조치’를 요구했던 미국이 입장을 바꿨다는 관측을 낳았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은 '일괄타결식 빅딜'을 제시했고, 북미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비건 대표는 하노이 이후 첫 공개 무대인, 지난 3월 11일 워싱턴 콘퍼런스에서 "미국은 (비핵화를) 점진적으로 진행하지 않을 것"이며 태도를 달리했다. 또 비핵화 방식에 대해 "토털 솔루션(total solution·일괄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다 봄을 지나며 다시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 12일 미 국무부 관계자는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북한과의 건설적인 논의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맺은 4개 합의 사항을 모두 동시적‧병행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북한이 5월 두 차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고, 4월과 6월에 각각 러시아, 중국과 정상회담을 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대북 제재 압박 일변도에서 벗어나 북한을 실무협상장으로 견인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유화적 메시지를 발신하기 시작했단 분석이 나온다.

미 국무부는 지난 13일 "북한과 실무 차원 협상에 나설 준비가 됐으며 그럴 의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건 대표는 지난 19일 워싱턴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양측(북미)은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고, 이것만이 외교를 통해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노이 '노딜'로 미국으로부터 뜻밖의 일격을 당했다는 분위기가 만연했던 북한은 충분한 내부 정비의 시간을 갖고 본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연말 시한을 제시한 만큼 당분간은 입지 강화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북한은 27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미국과 대화를 하자고 하여도 협상자세가 제대로 되어 있어야 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과 협상을 해야 하며 온전한 대안을 가지고 나와야 협상도 열릴 수 있다"며 대화 재개의 전제 조건을 제시했다.

아울러 "동시적‧병행적"이란 표현은 미국이 모든 합의사항에 논의할 준비가 돼 있음을 전한 것이며 어느 것이 선행되느냐는 협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지난 12일 북미정상 간 합의사항에 대해 "완전한 비핵화, 미-북 관계 변화, 한반도에서의 영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구축, 미군 유해 발굴"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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