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인터뷰>부상 극복한 이원준, "잘 끝나서 행복하다"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30 17:52

수정 2019.06.30 17:52

30일 경남 양산의 에이원CC에서 막을 내린 제62회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에서 우승한 이원준이 기자회견장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KPGA
30일 경남 양산의 에이원CC에서 막을 내린 제62회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에서 우승한 이원준이 기자회견장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KPGA
양산(경남)=정대균골프전문기자】"다 잘 지나갔다. 우승해서 행복하다."
30일 경남 양산의 에이원CC(파70·6934야드)에서 막을 내린 제62회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총상금 10억원)에서 연장 접전 끝에 프로 데뷔 13년만에 감격의 생애 첫승을 거둔 호주동포 이원준(34)의 우승 소감이다. 4살 때 호주로 이민가 15세 때 골프를 시작한 이원준은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면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왼쪽 손목 연골이 다 닳은 부상으로 한 때 골프를 그만둘 정도였다. 그런 그가 재기에 성공, 고국무대서 우승의 감격을 누린 것. 다음은 이원준과의 일문일답
―우승 소감은
▲최대한 긴장을 안하려했는데 얼굴 표정에서 드러났을 것 같다. 5타차가 많은게 아니더라. 어려운 상황에서 잘 한 것도 있지만 안타깝게 보기를 기록한 것도 있어 아쉽다. 다 잘 지나갔다. 우승해서 행복하다.

―13번홀 보기 상황은
▲우측이 높을 줄 알고 우측 안쪽으로 쳤는데 반대로 돌았다. 생각하지도 못했다. 라인을 잘못 봤다.

―긴장을 많이 했는가
▲5번홀 더블보기 이후에도 아직도 타수 여유가 있어 괜찮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쉬운 홀들이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8번, 9번홀에서 버디가 나왔다. 전체적으로 경기를 잘했는데 압박감으로 몇 개홀에서 퍼트를 약하게 했던 것이 아쉽다.

―인터뷰 도중 아버지 얘기를 하면서 울컥하던데
▲아버지(이찬선)가 고생을 굉장히 많이 하셨다. 일하시면서 골프시키시면서 굉장히 열심히하셨다. 고등학교 때 4시에 일어나서 학교가기 전에 3시간 연습하고 끝나자마자 오후 4시부터 밤10시까지 다시 연습하고. 아버지는 일을 하시면서도 항상 같이했다. 누구보다 기뻐하실 것이다.

―정규홀 마지막 18번홀 상황은
▲페이드를 선호한다. 게다가 서형석의 티샷이 왼쪽으로 가길래 자신있게 페이드를 쳤다. 그런데 해저드였다. 마침 프로암 때 똑 같은 상황을 경험한 바 있어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연장전 상황은
▲이기든지 지든지,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공격적으로 플레이하자고 생각한 것이 주효했다.

―실수 이후에 멘탈은
▲잘 까먹는다. 어릴 땐 바로 바로 화내면서 풀었다. 부상 이후에 아무리 못쳐도 화 낼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

―이번 대회 우승까지 과정은 어땠는가
▲생각지도 못하게 힘들다. 모든 선수들이 우승하려고 하고 있고, 아무리 앞서가도 플레이 흐름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어제 오늘 아무 생각없었는데, 13번홀에서 파 퍼트를 놓치고 나서 압박감을 느꼈다.

―지난 13년간 무관의 시간을 돌이켜 본다면
▲예선도 많이 떨어지고 우승도 많이 놓쳐서 골프를 관두고 싶었을 때도 많았다. 그럴때마다 내가 잘하는 것은 골프라고 스스로 다독이면서 끌어왔다. 아직 한이 풀리지는 않았다. 더 우승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여기서 멈추고 싶지는 않다.

―우승을 놓친 대회 중 기억에 남는 대회가 있다면
▲약 2달 전 일본프로골프투어 미즈노 오픈이다. 1~2타 차로 추격하고 있었는데 기회를 살리지 못해 실망스러웠다. 오늘은 버디를 못해도 기회가 계속 있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들어갈 때까지 치자고 생각하고 쳤다.

―5년간 코리안투어 뛰면서 목표가 있는가
▲한국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 앞으로도 열심히 치고 한국이나 해외에서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국내 팬들의 기억 속에 우승 못한 선수로 남고 싶지는 않다. 이제 우승을 했으니 더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 싶다.

―PGA투어 대회(CJ컵)에 출전하게 됐는데 얼마만인가
▲퀄리파잉을 거쳐 출전한 디오픈 후 2번째다.

―우승 퍼트 성공 후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편해졌다. 더이상 안쳐도 되고, 인천까지 5시간 운전해서 가야 하는데 기쁘게 운전할 수 있어 좋았다.

―지난밤에 잠은 잘 잤는가
▲아내가 세상 잘 잔다고 놀라더라. 시합 있을 때나 없을때나 부인이 스트레칭을 해준다.참고로 이원준의 아내 이유진(32)씨는 골프 문외한인 발레리나 출신이다.

―13년간 프로의 길을 걸어오면서 느끼는 골프란
▲프로 전향 때는 멀리치고 퍼트 잘했다. 그런데 PGA2부투어인 웹닷컴투어에서는 난사골프를 쳤다. 스스로도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는데 다치고 나서 골프를 못 칠 것 같아서 아예 없어진 선수라고 생각했다.
일본에서 다시 골프를 치면서 그것을 극복할 수 있었다. 아직도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지막까지 도와주고 연락해주시는 그런 분들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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