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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판문점 평화 이벤트, 실질 비핵화로 이어지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30 17:54

수정 2019.06.30 17:54

트럼프 북녘서 김정은 만나
근거없는 낙관론 경계해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판문점으로 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3자 회동을 가지면서다.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끊어진 북한 비핵화 협상을 복구할 확실한 모멘텀이 생긴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잠시 군사분계선을 넘어 김 위원장과 악수를 나눈 뒤 남측 자유의집에서 회담을 가졌다. 정상들의 역사적 판문점 회동이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를 향한 큰 물꼬를 트기를 기대한다.

현직 미국 대통령의 비무장지대(DMZ) 방문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상징적 의미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1950년 6·25전쟁 때 한·미와 총부리를 맞댄 북한을 향한 적극적 '평화 제스처'였다는 점에서다. 어찌 보면 힘겨운 차기 미국 대선 레이스를 앞둔 그의 도박일 수도 있다. 과거 수차례 전쟁을 치른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평화를 중재한 캠프 데이비드 협상에 버금가는 외교적 이니셔티브를 연출하면서다. 경위야 어찌 됐든 그의 파격 행보에 김정은이 보조를 맞추면서 남북 분단 70년사에서 전례 없던 기념비적 평화 이벤트가 펼쳐진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는 등 북·미가 대화 트랙으로 돌아온 건 다행이다. 희망적 조짐은 이미 감지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친서를 주고받았던 김정은은 며칠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경제를 위해' 외부환경이 개선되고 조속히 합리적 (비핵화)방안이 모색되길 원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런 북측의 태도 변화가 이번에 판문점에서 사실상의 3차 미·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번 판문점 상봉이 평화를 향한 인류역사의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반도 평화의 서막이 열렸다는 기대감으로 읽힌다. 다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한반도 평화의 핵심 대전제인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아무리 현란한 평화 이벤트를 연출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이는 마술사가 모자 속에서 평화의 비둘기를 꺼내는 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근거 없는 낙관론에만 빠져선 곤란하다.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돌아온 것은 그만큼 국제사회의 북핵제재가 위력을 발휘했다는 방증이다.
그럴수록 한·미 간 비핵화와 제재 해제의 선후관계를 둘러싼 엇박자를 경계해야 한다. 빈틈없는 한·미 동맹의 기반 위에서 확고한 한반도 평화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음을 유념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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