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태아의 뇌 '아녹타민1' 결핍땐 선천성 뇌 질병 유발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2 12:00

수정 2019.07.02 12:00

KIST 오우택 소장 연구팀, 염소이온 채널이 태아 두뇌 크기 조절 메커니즘 규명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오우택 소장 연구팀의 홍규상 박사가 태아(EMBRYO) 실험 쥐의 뇌신경 절편에 유리관을 삽입, 염소이온채널 '아녹타민 1'의 활성화를 측정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오우택 소장 연구팀의 홍규상 박사가 태아(EMBRYO) 실험 쥐의 뇌신경 절편에 유리관을 삽입, 염소이온채널 '아녹타민 1'의 활성화를 측정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오우택 소장과 홍규상 박사팀은 2일 신경줄기세포의 염소이온채널인 '아녹타민1'이 태아의 신경 발달과정에서 대뇌의 뇌세포를 특정 위치로 이동시키고 두뇌의 크기를 조절한다고 밝혔다.

선천적 뇌 신경세포의 발달 장애는 인지능력 저하, 운동기능 저하, 틱장애, 자폐증과 같은 다양한 뇌 관련 질병을 유발한다. 하지만 대뇌의 발달과정은 정밀하게 조절되고, 다양한 유전자와 환경 인자가 관여해 그 원인을 알기가 쉽지 않다. 최근 KIST 연구진은 태아의 신경 발달과정에서 신경줄기세포가 조절되는 메커니즘을 규명해 신경발달장애의 근원을 이해하고, 두뇌가 어떻게 발달하는지를 밝혔다.


신경줄기세포는 배아의 뇌에서 뉴런(신경세포)을 증식 시킬 뿐만 아니라 뇌 피질의 정확한 위치에 이동시켜 두뇌 형성 과정 전체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은 매우 정교하게 처리되는데, 신경줄기세포는 섬모라 불리는 긴 팔(긴 섬모)을 뇌의 끝부분까지 뻗고, 뉴런은 이 긴 팔을 마치 사다리처럼 타고 가서 제자리를 찾아가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이러한 신경줄기세포가 뻗는 긴 섬모의 연장에 따른 뉴런의 이동 및 두뇌와의 연관성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KIST 오우택·홍규상 박사팀은 전기 생리학, 면역학, 생화학적인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아녹타민1' 유전자가 뇌신경세포의 발달과정 중 신경줄기세포에서 많이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아녹타민1' 채널이 활성화되면 그 신호에 의해 신경줄기세포의 증식뿐만 아니라, 긴 섬모의 길이가 연장되고, 뇌신경 발달과정에서 대뇌 피질 내에 존재하는 뉴런들의 위치와 두뇌의 크기도 조절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KIST 연구진은 '아녹타민1'이 결핍된 생쥐의 신경줄기세포의 섬모의 길이가 정상 생쥐보다 짧은 것을 확인했고, 신경세포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해 최종 두뇌의 크기도 정상 생쥐에 비해 작아지는 것을 발견했다.

KIST 오우택 소장은 "뇌신경세포의 형성 과정 중 신경줄기세포에서 아녹타민1 이온채널의 역할을 재조명했고, 동물의 뇌신경 형성 과정에서 생리학적인 이해의 범위를 한층 넓힐 수 있었다"며, "'아녹타민1' 이온채널 유전자의 역할을 명확하게 밝힌 연구를 통해 두뇌 형성 과정에서의 오류로 인한 자폐증, 조현병 그리고 간질과 같은 뇌 질병을 이해하고, 그 치료를 위한 초석이 되는데 역할을 할 것이라 사료된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한국연구재단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리더연구자사업을 통해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최신호에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