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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日 경제보복에 대응할 카드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2 17:02

수정 2019.07.02 17:02

[여의나루] 日 경제보복에 대응할 카드
일본 경제산업성은 7월 1일 오전 한·일 간 신뢰관계 손상을 이유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부품과 소재의 한국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 시행을 발표했다. 이런 일본의 수출규제는 디스플레이 부품,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필요한 품목, 관련 제조기술 이전에 대해 개별적으로 수출허가를 심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국환관리법상 우대조치인 화이트 국가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것도 의견을 물어올 예정이다. 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녹실회의를 긴급하게 주재했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수출점검회의에서 일본의 조치들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포함한 단호한 조치를 천명했다.

일본의 무역제한조치들은 가뜩이나 힘든 한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도체는 2018년 1267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전체 수출의 20.9%를 차지한 한국의 가장 중요한 수출품목이다.
작년에 비해 감소했지만 올 상반기에도 전체 수출의 약 17.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반도체 산업이 일본의 무역제한조치로 생산과 수출에 차질을 빚는다면 한국 경제 전체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다.

만일 우리가 올해 1월 1일부터 발효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이 됐거나 혹은 본격적인 가입협상을 하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여러 국가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무역협정하에서 일본이 무역제한조치를 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과거 중국의 사드보복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커버하는 제조업을 직접 겨냥하기보다는 아직 본격적인 협상을 하지 못한 문화·관광·유통과 같은 서비스업에 집중됐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아쉬움을 미래의 올바른 결정으로 승화시켜야겠지만, 지금 당장은 현안 대응이 급하다.

먼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일본과 긴밀한 협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방금 무역제한조치를 발표한 상황에서 일본이 의미 있게 협의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 다른 방법은 산업부 장관이 밝혔듯이 일본을 WTO에 제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무역제한조치들은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에 줬던 특혜성 조치에서 한국만 제외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혜조치를 받지 않았던 국가들에 비해 한국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라고 주장하기 어렵다. 설령 일본이 무역제한조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발각되더라도 WTO 최종 판정은 최소한 3~5년의 시간이 걸린다. 더욱이 현재 미국이 WTO 상소기구를 무력화하려는 시점에서 WTO 제소는 제한적 효과만 있다. 무엇보다도 지난 몇 달간 무역제한조치를 준비해 온 일본이 우리의 WTO 제소 가능성을 간과했을 리가 없다. 또 다른 방법은 최근 미·중 통상분쟁과 같이 무역제한조치에 상응하는 보복조치를 취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미·중과 달리 한·일 간 경제력과 기술력 차이가 너무나 크다. 그리고 소재부품을 일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한국 입장에서 일본과의 통상분쟁 심화는 재앙적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과연 우리가 그렇게 대항할 준비라도 해왔는지 의문이다.

현 시점에서 그나마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지난주에 자유무역을 주장했던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인 일본의 이런 조치가 얼마나 부당한지를 전 세계에 홍보하는 것과, 일본이 주장하는 신뢰관계 손상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일본의 조치들이 한국에 차별적으로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모쪼록 일본의 무역제한조치를 무력화할 창의적 방안들이 속히 준비되기를 희망한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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