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상의 박용만 회장의 분노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3 17:46

수정 2019.07.03 17:46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이 "이제 제발 정치가 경제를 붙들어 줄 것은 붙들고, 놓아줄 것은 놓아주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서다. 박 회장은 "일본은 정부 부처 간 공동작업까지 해가며 보복해 오는데 우리는 서로 비난하기 바쁘다"고 탄식했다. 공감이 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보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아베는 2일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WTO(세계무역기구) 원칙에 맞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보복 카드를 100개나 준비해 놨다는 말도 들린다. 반면 우리는 컨트롤타워가 누구인지조차 불분명하다. 청와대는 조용하고, 외교부도 잠잠하다. 이러니 재계에서 "기업더러 각자도생하라는 말이냐"는 불만이 나온다. 정치가 자국 기업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꼴이다.

박 회장은 "신산업은 규제의 덩굴에 갇혀 있다"고 했다. 혁신사업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큰 성취일 만큼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택시시장에서 벌어진 일을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세기 영국 붉은깃발법을 예로 들며 혁신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다 소용없다. 노조를 등에 업은 기득권의 철통같은 저항 앞에 혁신은 설 자리가 없다.

박 회장은 "기업은 일부가 지은 죄 때문에 제대로 항변조차 하기 조심스럽다"는 말도 했다. 일부 총수 일가의 갑질은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기업인 전체를 비도덕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반기업정서는 자본가의 기업 할 의욕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을 다루는 태도도 지나친 면이 있다. 한편으론 바이오를 3대 혁신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면서 이렇게 다그치면 기업은 당최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하는가.

박 회장은 글의 말미에 "어쩌라는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우리도 정부와 정치권에 같은 말을 묻고 싶다.
기업은 투자 많이 하고, 일자리 많이 만들고, 세금 많이 내면 훈장감이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냥 정치가 경제를, 기업을 놓아주면 된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