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영 칼럼]

수소경제 비전 뜬구름 안되려면

수소 연료 얻기가 쉽지 않아 ..환경훼손·경제성 두고 논란
'클린수소' 로드맵 마련하길

미국의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지난 2000년 '수소경제'란 책을 펴냈다. 당시 그는 2020년이면 석유 생산이 줄면서 그 대안이 수소가 될 것으로 봤다. 셰일혁명으로 그의 예언은 많이 빗나갔지만 미래 에너지원으로 수소의 가능성은 여전하다.

리프킨이 선창한 수소경제가 올해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큰 화두로 떠올랐다. 문재인정부가 수소차를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하면서다. 지난주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하면서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다. 측근인 세계 최대 정유사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회장이 현대차에 수소에너지 협업을 제안했다.

그렇다면 이제 수소경제가 활짝 꽃필 것인가. 낙관하긴 쉽지 않다. 정부는 2040년까지 수소차 620만대 보급, 수소충전소 1200개 설치를 골자로 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지난 1월 발표했다. 수소충전소의 위험성은 기우라 치더라도 현실성이 적어 보이는 까닭이 뭔가. 수소 생산이라는 핵심 과제를 비켜갔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만든 수소차 넥쏘가 달리는 원리는 이렇다. 즉 차 안의 고압탱크 속 수소와 공기 중 산소를 화학반응시켜 일으킨 전기로 모터를 돌려서 구동한다. 이때 필요한 수소(H)는 자연상태에서 대부분 탄소(C)와 질소(N), 산소(O)와 결합한 형태로 존재한다. 수소를 여하히 확보하느냐에 수소차의 성패가 걸린 셈이다.

수소를 얻은 방법은 여러 가지다. 현재 기술력으론 산업적으로 이용가치가 있는 방식은 크게 3가지다. 이 중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부생(副生) 수소'를 얻거나, 아니면 액화천연가스 등을 개질(改質)해 추출하는 방식이 가장 손쉽다. 물(H2O)을 전기분해하는 수전해 방식을 통해 수소를 확보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 3가지 방식 모두 내재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앞의 두 방식은 '탄소 제로(0)'를 지향하는 수소경제의 본래 취지와는 배치된다. 수소경제를 환경론자들이 회의적 시각으로 보는 이유다. 반면 수전해 방식은 경제성이 문제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전력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수소 생산 시 경제성과 환경성이 의심되면서 수소차와 전기차 중 어느 것이 미래차의 대세일지도 속단하게 어렵게 됐다. 그런 맥락에서 중국의 미래차 육성전략이 그나마 현실적으로 비친다. 당장엔 전기차에 공을 들이면서 수소차 투자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어서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양쪽 모두에 필요한 전력을 수십기의 차세대 원전을 지어 커버하려 하고 있다.

반면 문재인정부는 '수소경제'의 옥동자로 일단 수소차를 '점지'했다. 그러나 폭증할 전력 수요를 감당할 로드맵은 매우 부실해 보인다. 국제적 비교우위를 가진 원전은 포기하면서 그 대안으로 삼으려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효율성도 환경성도 확보하지 못하면서다. 수소경제 애드벌룬을 먼저 띄웠던 노무현정부는 그 점에서 솔직했다. 수소를 만드는 전력을 감당키 위해 원전의 불가피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의 수소경제 드라이브는 고봉을 정복한다면서 등정경로도 짜지 않고 나선 인상이다.
수소충전소 설치 이외에 수소를 생산·저장·운송하는 구체적 해법이 안 보여서다. 거칠게 비유하면 맛있는 찐빵을 만든다며 '앙꼬 레시피'는 빼먹은 격이다. 수소경제 비전이 뜬구름 잡는 꼴이 안 되려면 '클린수소'를 경제적으로 추출하는 로드맵부터 마련해야 할 듯싶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